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한국에는 ‘분단영화’라는 장르가 있다. 이 용어는 1980년대 중반 한 북한 관련 잡지에서 지금은 작고한 영화평론가 이영일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그는 당시까지 반공영화라고 불렸던 모든 영화들을 분단영화라고 새로 명명하여 분류하였다. 즉, 분단영화는 반공영화를 소급적으로 전유하면서 탄생한 장르인 것이다. ...

 몇 년 전 <남쪽으로 튀어>(2012)의 제작을 둘러싸고 말이 많았던 적이 있다. 주연배우 김윤석이 임순례 감독의 연출에 소위 ‘월권’을 행사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배우가 감독의 연출에 불만을 품거나 간섭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경우 대체로 영화는 그 결과가 안 좋다. ...

 “올해는 누가 미스코리아 진(眞)이 되었죠?”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언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답하기에 앞서 ‘미스코리아 대회가 아직 열리고 있었어?’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관심 밖에 놓여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온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 모여 ...

 때로 영화의 이미지는 현실세계의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 반대로 현실세계의 이미지는 영화를 닮아간다. 영화처럼 영화적인 현실. 그것이 재난의 이미지일 경우 우리의 정서는 둘로 양분된다. 공포와 안심. 공포는 내가 본 이미지가 현실이 될 때 나타난다. 더이상 그 재난은 ...

온기 가득한 성장 영화의 즐거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주인공이 일상을 깨뜨리는 상황을 마주하여 깨진 일상으로 복구하기 위해 애쓰고 그 결과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야기. 이것은 주인공의 경험을 중심으로 영화의 구조를 설명하는 시나리오 작법서에 실린 대략적인 공식이다. 모든 영화가 이 공식에 ...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여자라면 결말은 결혼이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하죠” <작은 아씨들>의 첫 장면에서 출판 편집자는 조(시얼샤 로넌)에게 말한다. 물론 죽임을 당하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병으로 죽거나 반강제적으로 목숨을 끊거나(사회적 타살) 하는 ...

1994년 서울에서 찾은 나의 이야기  연말이 되면 각종 시상식이 열린다. 매년 저런 시상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반문하면서도 결국에는 수상결과를 확인하게 된다. 이것이 상의 힘인 것 같다. 영화의 가치를 결정짓는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그 영화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

 영화 <조커>(Joker)가 개봉 열흘 만에 320만 관객을 넘어섰다고 한다(10월 12 일 현재).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 320만을 넘어섰다니 놀라운 일이다. 이 말은 역으로 DC 코믹스와 워너 브러더스가 창조한 대중영화가 어떻 게 세계 3대 국제영화제(도대체 이런 건 누가 정하는 걸까?)에서 최고상을 ...

 2019년 상반기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에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는다면 <악질경 찰>과 <생일>을 언급할 수 있다. 물론 이 두 작품뿐만 아니라 여성서사를 전면에 내세운 <걸캅스>(2019), 한국영화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 생충>(2019) 등도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질경찰>과 <생일>을 언급한 이유는 이 ...

인종, 계급, 섹슈얼리티라는 복잡한 문제  ‘그린 북’은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흑인 여행자 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을 했던 소책자로 흑인 집배원이었던 빅터 휴고 그린이 만들었다고 한다. 흑인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호텔과 식당, 희롱이나 멸시, 폭력에 대 처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