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호 문화비평: 독립서점의 변화와 성장] 문화공간으로서 독립서점의 부흥

2020년 5월 10일, 서울 망원동에서 13년간 자리를 지키던 한강문고가 문을 닫았다. 한강문고는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던 지역서점이었다. 또한 4월에만 해도 망원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두 곳이 폐점했고 상도동에서 운영 중인 독립서점 한 곳도 곧 폐점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조사 결과 전국 지역서점 수는 2009년 2,846개에서 2019년 1,968개로 30% 줄었고, 동네서점 지도 제작사 퍼니플랜에 따르면 2019년 3분기 독립서점은 한 주 평균 네 곳 개점, 한 곳 폐점하고 있다.
지역서점과 독립서점 모두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자본력과 마케팅력, 출판물 공급 구조 문제 앞에 오래 살아남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물며 최근 대형서점은 독립서점과 같이 독서 모임을 진행하는 등 여러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새로워지려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왜 방송인, 가수, 시인, 대기업 임원까지 독립서점을 열까?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에서 독립서점 개점 소식이 하루가 멀다고 들리고 왜 젊은이들이 서점 창업을 꿈꾸는 것일까?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은 어떻게 다른가

 어릴 적 부모님과 혹은 친구들과 학교 앞에, 동네 입구에 있는 서점에 가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대형 체인서점이 등장하기 전까지 동네마다 문구사, 슈퍼가 있듯이 동네서점이 있었다. 이렇게 만화책부터 참고서, 교과서, 최근 나온 신간 소설까지 모든 분야의 책을 다루는 중소규모의 종합서점을 지역서점이라 말한다. 이제까지 동네서점이라 불린 서점은 대부분 지역서점 형태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SNS나 언론에서 관심을 주는 서점은 독립서점이다. 독립서점은 지역서점과 달리 독립출판물을 다루고, 운영자의 취향에 따라 혹은 서점의 콘셉트에 따라 큐레이션 한 책을 판매하는 중소규모 서점이다. 약 십여 년 전부터 등장하여 콘셉트 서점, 큐레이션 서점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 중심 서점, 여행서점, 도시인문학서점, 예술 서점, 음악서점, 시집전문서점 등 더욱 특색있게 변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책을 사고파는 것 외에 북토크, 워크숍, 독서모임, 글쓰기 모임, 책 만들기 등을 많이 진행하면서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많은 독립서점이 자체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고 단골 손님을 만들며 서점의 정체성을 쌓아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서점과 독립서점의 가장 다른 점은 다루는 책의 분야와 종수, 운영자의 운영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독립출판서점 ‘책방 연희’의 전경이다.
ⓒ필자제공

독립서점과 독립출판물의 관계

 그렇다면 독립서점에서 취급한다는 독립출판물이란 무얼까? 독립출판물이란 “독립된 자본과 독립된 출판 시스템으로 만든 출판물로 개인 또는 소규모 팀이 기획부터 유통까지 출판의 전과정을 담당하는 출판물1)”을 말하며, 때로는 자주출판, 개인출판, 소규모출판이라고도 불린다.
 최근에는 독립출판물 시장이 성장하며 독립출판물을 유통해주는 독립서점이 늘어나고, 독립서점이 늘어나며 독립출판물 생산이 확장되는 추세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것 처럼 누가 먼저라고 할 수 없이 맞물려 있다. 디지털 인쇄 기술이 발달하고 자기 생각과 기록을 공유하길 원하는 개인이 늘어남에 따라 독립출판물에 관한 관심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이는 미 디어 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리는데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와 같은 SNS를 비롯하여 각종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개인의 자기표현 욕구 발현 기회가 많아졌고 일상화되었다. 또한 개인 취향이 다양해지고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독립출판 초창기엔 사진 · 디자인 · 건축 · 미술 등 예술 분야의 출판물이 많았으나 현재는 여행 · 에세이 · 시 · 소설 · 웹툰 등의 분야 역시 다양해졌다. 더군다나 현재는 기성출판물과 차이를 보이지 않을 만큼 책 매무새나 콘텐츠의 질도 높아졌다. 이에 독립서점은 독립출판물 제작 수업을 열고 실제 인쇄 제작과 유통을 돕는 것은 물론 독립서점 자체가 출판사가 되어 출판물을 생산하고 있다. 독립서점의 독립출판물은 책과 독립출판 문화에 관심이 많은 운영자의 성향이 반영되어 있는것은 물론 서점이 기존의 책 판매만으로 꾸려가기 힘들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독립출판사를 겸하는 독립서점이 증가하는이유는 운영자 개인의 자기성장과 서점의 수익구조 확장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다.

독립서점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독서모임과 작가와의 만남은 독립서점에서는 흔한 프로그램이 되었다. 독립출판 작가도 유명 인기 작가도 작은 독립서점을 돌며 사인회와 북토크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는 건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일시적인 프로그램 외에 정기적, 비정기적으로 만나며 느슨한 연대를 만드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독립서점은 변화하고 있다. 처음엔 독서모임, 영화 함께 보기, 심야책방 등 취미나 취향으로 만나 익명의 친목을 도모하는 정서적 공감을 위한 커뮤니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글쓰기, 책 만들기, 그림 그리기 등 자기 성장과 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중심의 커뮤니티와 함께, 공동 창작을 하거나 개인의 창작물을 만들고자 하는 창조적 커뮤니티가 많아졌다. 그리고 앞으로는 비즈니스를 위한 커뮤니티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출판, 영상 콘텐츠 제작 등 개인 창작을 넘어서 자신의 본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와 부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졌고, 그 거점으로 독립서점도 한몫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독립서점은 취향공동체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 기관, 지자체에서도 문화 활동을 하는 서점에 지원금을 주는 사업을 꽤 진행한다. 서점이 지역 문화 거점으로서,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공공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 co.kr)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018.1) 결과, 응답자의 70.6%가 ‘독립서점이 단순히 서점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바뀌고 있다’고 응답했고, 서점을 찾는 이유로는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공간이라서’(56.6%), ‘다른 사람과 의 소통 및 교류의 장이라서’(56.4%)의 답변이 많았다.
 그렇다고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독립서점 운영이 녹록한 것은 아니다. 이미 독립서점은 소비보다 공급이 많은 레드오션에 들어섰다. 더군다나 대형서점과 체인형 중고서점과도 경쟁하면서, 북카페와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기타 커뮤니티 공간, 온라인 플랫폼과도 경쟁해야 하므로.

앞으로의 독립서점은

 독립서점의 변화는 코로나19로 더 빠르게 진척되고 있다. 지난 몇 개월간 오프라인 손님은 줄고 작은 공간에 밀집해 진행하는 북토크와 클래스는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 중앙방역 대책본부 부본부장의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라는 말처럼 모든 산업, 문화 분야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한다. 이는 독립서점 역시 피해갈 수 없다. 그렇다면 독립서점은 어떤 시도를 할까. 먼저 독립출판물과 큐레이션 한 책의 온라인 판매, 그리고책방에서 진행하던 온라인 모임을 더욱 확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다만 할인 및 당일 배송이 가능한 체인 온라인서점과 경쟁하려면 현 유통구조의 개선이 필요하고, 독립출판물 배송 서비스 실행 시에도 다른 독립서점과의 차별화된 무엇이 더해져야 한다는 숙제는 남아있다. 또한 이미 수많은 커뮤니티 기반의 스타트업에서 시도하고 있는 온라인 모임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자본력을 갖추고 세련된 디자인과 편리한 기능을 갖춘 온라인 플랫폼, 마케팅, 홍보, CS 등의 전문 인력을 갖춘 조직과 한 명에서 많아야 세 명이 운영하는 독립서점의 경쟁인 것이다. 이러한 경쟁에서 이겨내거나 혹은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게 하려면 독립서점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 필자는 그 방향이 서점만의 취향으로 단단히 구축된 정체성과 차별을 넘어 유일한 콘텐츠의 생산에 있다고 생각한다. 유일한 콘텐츠는 창작물일 수 도, 브랜드 이미지일 수도, 새로운 서비스일 수도 있겠다. 물론 독립서점을 사랑하는 단골들은 낭만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분위기, 대형서점과는 다른 책 때문에 독립서점을 찾으므로 새로운 시도 이전에 이미 가진 특성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 두가지를 모두 단단히 다지며 성장해 나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필자는 많은 독립서점이 도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길 바란다.

각주
1) 구선아, 장원호, 독립서점의 커뮤니티 유형에 관한 연구, 인문콘텐츠학회 51호, 100쪽

구 선 아 / 작가·책방 연희 운영자·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박사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