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호 기획: 코로나 19와 보편적 인간성] ‘논란’ 중계를 넘어선 ‘좋은 저널리즘’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괴롭히는 와중 전염되는 것은 바이러스 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번져가는 혐오는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극심한 사회문제를 야기한다. 이전 본보 제241호에서 ‘혐오와 바이러스’를 주제로 기획 지면을 다룬 적이 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와 혐오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에 혐오의 근본적인 원리와 더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보편적 인간성을 제시한다.

험오감은 행동적 면역 체계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감정은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내가 속한 환경에 대한 즉각적 피드백 또는 ‘내적 알람’이다. 즐거움, 행복함 등의 긍정적 감정은 일반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으며 삶이 그럭저럭 잘 흘러가고 있음을 신호한다. 반면 화, 공포, 혐오감 등의 부정적 감정은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존재함을 알린다.
 예컨대 ‘쾅’하는 소리가 났다면 무의식중에 공포감을 느껴 도망치는 것이 우선이다. 그 소리의 근원이나 위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단순한 오경보라면 다리만 아프고 말겠지만, 만약 중대한 문제였다면 목숨을 앗아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시시각각 바뀌는 환경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판단하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빠른 대응을 위해 발달한 일차적 알람 체계가 바로 ‘감정’이다. 특히 부정적 감정은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경보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연기만 맡아도 울려대는 화재경보기처럼 민감해서 오경보가 많고 감정의 세기 또한 강하며 공격 또는 도망 같은 즉각적인 행동을 일으킨다. 이는 갖은 위험에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1)
 생존을 돕는 부정적 감정 중에서도 “혐오(Disgust)”는 독특한 기능을 가진다. 바로 각종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주인을 지키는 것이다. 혐오감이 발생하는 경우를 보면 주로 상했거나 형태가 변한 음식, 토사물이나 배설물, 바퀴벌레 또는 눈에 띄는 상처나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 등 가까이하면 위험할것 같은 대상을 향해 나타난다. 나아가 임산부나 환자들처럼 면역력이 약해진 경우 더 쉽게 역겨움을 느끼며 혐오감을 유발하는 자극들을 적극적으로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혐오감이 각종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한다고 해서 학자들은 혐오감을 “행동적 면역 체계(Behavioral immune system)”라고 부른다. 이는 병원체가 들어오고 나서 반응하는 신체적 면역 체계와 달리 병원체와의 접촉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식으로 감염의 위협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체계라는 뜻이다.2)

험오가 사람을 향할 때

 이렇게 혐오는 중요한 면역 체계 중 하나지만 때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특히 혐오가 같은 ‘인간’을 향할 때 그렇다. 예컨대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거나 감염의 위험을 지각하게 되면 ‘낯선 사람’들을 이유 없이 기피하게 된다는 연구가 있었다. 특히 ‘외국인’은 아주 쉬운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감염의 위험성을 높게 지각하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환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혐오 또한 증가한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낯선 사람들을 잠재적 감염원으로 지각하는 현상이다.3)
 특히 지금처럼 신종 전염병이 등장해 공포와 역겨움 민감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정작 문제의 원흉인 바이러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감염의 매개체가 될지 모르는 ‘사람’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혐오로 같은 화장실을 쓰지 않으려 하거나 버스나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지 않으려고 하며 심지어 무차별 폭행을 행사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만으로도 차별을 휘두르는데 실제 감염병에 걸린 환자들을 향한 차별은 실로 심각하다. 일례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다수가 차별 경험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한 생존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무시 받는 것도 고통이다. 나를 향한 편견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그게 아프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무지함도 놀라울 정도였다. 행정적인 이유로 나와 전화 통화를 해야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통화를 통해 감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통화를 거부했다.” 또 다른 생존자는 사람들이 자신의 곁에 오기를 거부했고 병이 다 나은 다음에도 노골적으로 자신을 피했다고 진술했고 마치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언급했다.4)
 한편 홍콩에서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으로부터 회복되고 나서도 계속해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신체적 건강상태보다도 주변의 따뜻한 응원과 지지 여부가 병을 극복하고 원래의 삶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넬슨 만델라가 했던 말처럼 사람을 진짜로 죽이는 것은 병이 아니라 차별인 셈이다. 때문에 범유행으로 인한 무분별한 혐오 또한 널리 전염되는 상황에서 우리 안의 혐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험오에 자동반응하지 말고 대응할 것

 앞서 감정은 알람 또는 경보기라고 했다. 하지만 화재경보기와는 달리 감정은 즉각적인 행동을 강제하지 않는다. 즉 감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다양한 정보 중 하나이며, 다양한 정보 중에서도 오직 빠른 대처만을 목표로 하기에 상당히 겉할기식에다 호들갑이 심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정보다.
 따라서 화가 난다고 해서 무조건 눈앞의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혐오감이 든다고 해서 타인을 혐오하고 배척하는 것은 상당히 일차원적이고 원시적인 대응이다. 어떤 감정이 든다고 해도 이를 토대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며,감정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도 함께 동원해서 행동을 결정해야만 현명하게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흔히 감정에 자동반응(React)하지 말고 대응(Respond)하라고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강한 혐오감이 든다고 해서 여기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채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지는 말도록 하자. 혐오감은 어떤 자극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정보를 제공할 뿐 이 정보가 진짜인지 아닌지, 그래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팀원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취합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팀장처럼, 감정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인식하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면 된다.
 예를 들어 지금 같은 상황의 경우 “감염의 위험이 큰 상황에서 쉽게 혐오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그만큼 범유행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구나. 그래서 핵심은 감염을 피하고자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일들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무엇보다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를 잘 실천하자. 지금 상황에서 불특정의 사람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행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사고의 흐름을 거칠 수 있겠다.

한 명이라도 낙오되지 않도록 연대하기

 또 한 가지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보편적 인간성(Common humanity)’을 갖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나름의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여기에는 ‘나’도 포함된다. 자신도 때로는 의도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키고 이런저런 실수와 잘못, 이기적인 행동 등을 하듯 타인들도 마찬가지다. 나의 부족함과 약점으로 인해 내가 곤란한 상황이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듯, 타인들 또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있다. 이렇듯 인간은 모두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의 약한 부분을 채워가며 함께 살아야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특히 교육이나 경제적 혜택을 잘 받지 못하고 주변의 도움으로부터 소외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취약계층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위생수칙과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위생용품과 재택근무, 혼자만의 공간, 범유행을 버티는데 필요한 정신적 여유 등을 모두가 공평하게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을 비난하기만 하는것은 현실적으로도 상황을 개선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사람이라도 더 감염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구멍 난 부분들을 함께 채워가는 것이다. 단 한명이라도 낙오되면 다시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연대다.

각주)
1) Rozin, P., & Royzman, E. B. (2001). Negativity bias, negativity dominance, and contagion.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5, 296-320.
2) Curtis, V., De Barra, M., & Aunger, R. (2011). Disgust as an adaptive system for disease avoidance behaviour.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66, 389-401.
3) Oaten, M., Stevenson, R. J., & Case, T. I. (2009). Disgust as a disease-avoidance mechanism. Psychological Bulletin, 135, 303-321.
4) Almutairi, A. F., Adlan, A. A., Balkhy, H. H., Abbas, 0. A., & Clark, A. M. (2018).
Klt feels like I’m the dirtiest person in the world.”: Exploring the experiences of healthcare providers who survived MERS-CoV in Saudi Arabia. Journal of Infection and Public Health, 11,187-191.
5) Bonanno, G. A., Ho, S. M. Y., Chan, J. C. K., Kwong, R. S. Y., Cheung, C. K. Y., Wong, C. P. Y., & Wong, V. C. W. (2008). Psychological resilience and dysfunction among hospitalized survivors of the SARS epidemic in Hong Kong: A latent class approach. Ftealth Psychology, 27, 659-667.


박 진 영 /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의과대학 통합의학 프로그램 소속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