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호 테마비평: 디지털 사이니지로 도모하는 공간 확장] 디지털 사이니지,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성의 확장

 최근 국내 4D 미디어 컨텐츠 개발 그룹으로 알려진 디스트릭트(D’strict)의 미디어 영상 작품 <WAVE>가 국내외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이 작품은 SM Town(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위치)건물에 제작된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통해 대중들에게 선보여졌다. 특히 2016년도에 서울 강남구 일대가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차와 인파, 높은 빌딩으로 이루어진 도시 공간을 거대한 상업광고판이자 미디어 아트 갤러리로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물리적인 공간이 상호 유기적이며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봐야한다.

소통을 중시하는 신(新)디지털 매체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란, 디지털 정보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영상으로, 관제센터에서 통신망을 이용해 제어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의미하며. TV, PC, 모바일에 이어 제4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으면서 공공장소나 상업 공간에 빠르게 설치되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 ‘OOH(Out of Home)’, ‘키오스크’등의 유형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사이니지란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옥외광고판의 개념에서 출발하였으나 사실은 상업적 활용에서 벗어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 매체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목격이 가능하다. 건물외벽, 버스정류장, 지하철, 대형 공공 공간 등 곳곳에서 다양한 영상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새로운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는 광고이자, 뉴스, 날씨 등의 정보전달의 매체이며, 컨텐츠에 따라 때로는 미디어 예술작품이 되기도 한다. 즉, 사용자와 공급자의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미디어를 의미하는 말이 바로 디지털 사이니지이다.
 사실 포스트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해외에서는 이미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여 우리 정부가 발표한 ‘스마트 미디어산업 육성 계획(2015-2020)’의 중요 성장 정책 중의 하나일 정도로 디지털 사이니지는 제4의 융합미디어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사이니지라는 용어는 대중들에게는 ‘전자간판’, 혹은 ‘전자옥외광고판’이라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광고매체나 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를 지닌 미디어이다. 이것은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개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정보 사회의 발전을 나타내는 유비쿼터스는 시간, 장소, 상대에 상관없이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지금의 시대 환경은 ‘유비쿼터스 사회’를 지향해서 발전해나가고 있으며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러한 사회를 실현할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가상의 미디어 공간과 실제의 물리적 세계를 연결하는 창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중시하는 상호관계, 관계와 개입, 상호 소통에 대한 패러다임을 공적인 성향을 가진 다양한 플랫폼으로 풀어 낼 수 있다는 점이 디지털 사이니지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매체의 등장은 현대 디지털 시대의 산업 구조뿐 아니라 인간의 삶의 영역, 문화예술의 범위, 공공의 공간성과 장소성에 대한 의미의 변화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물리적 공간에서 상호 소통하는 유기적 공간으로의 변화

 매일 오후 11시 57분부터 3분 동안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디지털 디스플레이들은 상업적 광고를 멈추고 아티스트의 작품을 전시한다. 이 공공미술은 ‘미드나잇 모먼트(Midnight Moment)’ 프로젝트라 불리우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뉴욕 타임스퀘어의 60개 대형 디지털 전광판을 이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아트 전시를 이어 오고 있다. 또 심사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작품으로 매달 교체하여 현대 미술가들의 창조적 작품을 전시하는 글로벌 아트 허브가 되고 있다. 사실 이 장소는 많은 유동인구와 밀집된 대형빌딩 때문에 초대형 광고판들이 즐비한 관광명소로 유명하며, 그렇기에 세계적인 브랜드와 기업들이 거액을 지불하며 광고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즉, 이곳은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기 전에는 광고의 전달 목적이 더 부각되는 공공장소였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가 소통의 매체로서 적용되면서 이 장소는 ‘장소 특정적’이라는 특성을 벗어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공간으로 변화하였다. 그 결과 대중들은 디지털 사이니지를 통해 상업적 목적의 공간이 다양한 이슈에 대해 소통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직접 체험하고 있다. 이는 이미 존재해 왔던 물리적 공간이 시간과 장소,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유비쿼터스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하여 공간성을 확장한 경우를 살필 수 있다. 현재 강남구 코엑스 일대의 ‘SM TOWN’, ‘현대백화점’ 등의 건축물과 영동대로를 중심으로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한 디지털 미디어 작품이 설치되었거나 혹은 설치 예정이다. 이러한 장소들은 건물 외부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를 이용하여 상업적 광고의 정보 전달과 예술작품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거대한 공공디지털 아트 플랫폼의 장소로 변모 되고 있다. 외부에 설치된 예시 외에도 일상적인 내부공간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기도 하는데, 남산 서울타워에 설치된 <올레드(OLED)터널>은 일상적인 통로를 지름 3m, 길이 9m의 웅장한 디지털 공공미술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사례이다. 이를 통해 기온, 미세먼지 등의 사회적 정보와 광고 등의 상업적 정보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예술성을 갖춘 다양한 컨텐츠를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의 역할까지도 수행한다. 이는 통행의 역할을 수행하던 기능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이 기술과 컨텐츠를 통해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렇게 디지털 사이니지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사회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즉 인간-장소-매체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장소와 불특정 다수의 관계, 상업적 공간에서 예술적인 영역으로의 확장 등 기존의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공간성과 장소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

 디지털 시대를 지나 포스트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며 지금의 공공장소들을 비롯한 여러 장소들은 기존의 ‘장소성’, ‘공간성’에 대한 개념이 축소되어 가고 있다. 그 이유는 디지털 매체가 가지고 있는 커뮤니티 기반의 조형, 시각적 이미지의 증대, 쌍방향 소통, 공동체의 참여 같은 특성으로 인하여 공간을 통한 기능적, 사회적 의미성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학자인 에드워드 케이시(Casey, E. S.)는 현대 사회에서 물리적 장소의 의미가 축소되는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첫째, 근대 이후 지속적인 장소가 가진 안정감의 붕괴, 둘째, 빠른 변화속도와 이동이라는 시대적 흐름, 셋째, 도시 이주에 따른 개인의 표류, 넷째, 디지털 기술의 확산과 인터넷 공간을 통한 장소의 의미 축소이다. 마지막으로 의견을 덧붙이자면 인터넷을 통해 넓어진 시각적 경험에 대한 욕구가 포함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에는 디지털미디어의 발달과 보급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처럼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러한 공간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그 활용도에 있어 매력적인 가치가 있는 매체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한계는 언제나 존재해 왔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넘을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컨텐츠의 개발이다. 미디어 아트 그룹인 ‘디스트릭트(D’strict)’나 영국의 ‘유니버설 에브리씽(Universal Everything)’의 작품, 뉴욕 타임스퀘어의 ‘미드나잇 모먼트(Midnight Moment) 프로젝트’ 등의 예시들을 통해 상업과 예술, 공간과 인간의 상호 소통 같은 공간성의 확장에 관한 사례들을 엿볼 수 있다.
 즉, 지속적으로 유용한 기술은 풍부한 컨텐츠의 개발과 함께 동행되어야 하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더욱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고경호 | 홍익대학교 조소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