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5호 기자칼럼] 지하철의 뱅크시(Banksy)

 지난 7월 런던 지하철, 미스터리한 예술가 뱅크시 (Banksy)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그 누구도 얼굴을 본 적이 없기에 그가 뱅크시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영상 속에 익명의 남성은 방역 작업이라도 하듯 하얀 방역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양손에 수술용 장갑을 낀 채 소독 작업용 스프레이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남성이 지하철에 올라 한 일은 내부의 소독작업이 아닌 ‘지하철 낙서’이다. 소독 작업용 스프레이 안에 소독약품 대신 들어있는 페인트를 벽에 마구 분사하고 나니 재채기를 하고 있는 쥐가 나타난다. 지나가던 승객은 이 모습을 보고 당황했지만, 이 남성은 승객에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이동하라는 수신호를 보낸다. 그가 작업을 할 때마다 뱅크시의 아이콘인 익살스러운 쥐의 모습이 완성된다. 곧 자신의 모든 작업을 완수한 이 남성은 지하철 계단을 올라 유유히 빠져나간다. 마스크를 낙하산처럼 만들어 타고 있는 쥐, 손 소독제를 들고 있는 쥐, 마스크에 깔려버린 쥐 친구들을 남겨 놓은 채.
 

뱅크시는 이 작업과 영상을 통해 주민들에게 코로나로 인한 전염병을 극복하자는 일종의 격려와 경고를 전달했다. 당연히 이 낙서는 영국의 교통 시설 전반을 책임 관리하는 TfL(Transport for London)에 의해 며칠 만에 지워졌다. TfL측은 뱅크시의 작업이 엄중한 낙서 방지 정책에 따라 지워지긴 했지만, 그가 지하철을 이
용하는 사용자들과 밀접한 위치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격려하는 메시지의 작업을 남겨 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전했다.
 또한 뱅크시는 코로나19 이후 영국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에 자신의 새로운 작품 를 영국 국립보건원의 기금마련을 위해 전시했고, 건물의 외벽에 그려진 그의 유명 그래피티 작품 중 하나인 에 새로운 마스크를 그려 넣어 여인의 모습을 새롭게 연출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분쟁지역, 건물 벽, 지하도, 담벼락 등에 거리 그래피티를 그리며 신원을 밝히지 않고 활동하는 뱅크시. 특유의 사회풍자적이며 파격적인 주제 의식으로 늘 주목받는 그이지만, 최근 작품들에는 모두를 격려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그가 만든 작품들은 비록 근사한 미술관에 걸려있지도 않고, 누군가에 의해 지워지기도 해 예술품의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뱅크시는 현 시대에 꼭 필요한 예술가가 아닐까?

안혜지 기자 | hjahn1678@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