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살 길손이가 설정 스님에게 묻는다. “정말 마음을 다해 부르면 엄마가 와줄까요?” ‘오세암’을 처음 접했던 것은 동화책으로서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통해서였다. 9살의 나는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던 한 폭의 풍경화 같은 맑고 깨끗한 그림 속에 어느새 푹 빠져들었다. 길손이가 폭설로 뒤덮인 암자에 홀로 ...

 드퀘르뱅 증후군이라는 질환이 있다. 낯선 이름의 질환이지만, 스마트폰 사용의 증가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경험하고 있다. 엄지를 움직일 때 손목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를 의심해볼만하다.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을 장시간 이용하다 보면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통증이지만 무심코 지나갔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서 ...

잃어버린 과거와 낭만  소설 『양을 쫓는 모험』(1982)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 『1973년의 핀볼』(1980)과 함께 하루키 초기 3부작(이하 쥐 3부작)으로 불리는 작품이다. 각각의 이야기는 완결구조를 취하고 있으나, 세 작품 모두 동일 주인공 ‘나’가 자신의 청춘을 추억하며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극도의 허무주의를 이야기한다는 ...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박완서의 단편 『도둑맞은 가난』(2005)의 한 대목이다. 짧은 단편집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가족은 아버지의 실직과 허영심 많은 어머니로 인해 모든 재산을 날리고 판자촌으로 이사 오게 된다. 주인공의 가족은 ...

 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 번도 이 질문을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릴 적, 환상적인 각종 상상력을 통해 얻은 대답을 지나 나이가 들면 ‘꿈’은 그저 무의식의 반영일 뿐이라는 현실적이고, 재미없는 대답을 얻게 된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

하와이, 제사 그리고 보물찾기  책 『시선으로부터,』는 ‘하와이’, ‘제사’ 그리고 ‘보물찾기’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연결고리가 조금은 부족해 보이는 이 단어들의 조합은 신선하고 엉뚱하며 귀엽다.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했지만 자신의 결을 끝까지 지켰던 할머니 심시선으로부터 뻗어 나온 가족들이 하와이에서 일주일간 엄마를 ...

 책은 지성이다. 언어라는 상징계의 정연한 시각화가 가져다준 지적 전환은 역사적으로 문명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어 왔다. 또한 책의 형태는 각 시대의 경제와 문화적 관점을 반영한다. 오늘날 전자책과 온라인 구독 시장이 확대된 이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이라는, ...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르다. 조부모님에게서 받았던 조건 없는 사랑, 연인과 오랜 연애, SNS에서 받는 관심 등 이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수학문제의 정답처럼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사랑이란 단어에 ...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20세기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인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장편 소설 『페스트』를 찾는 독자들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급격히 늘고 있다. 1947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마치 2020년의 코로나19 사태를 예견이나 한 듯, 흑사병의 확산으로 인해 봉쇄된 도시 ...

말라르메의 비인칭(非人稱)  모리스 블랑쇼의 『기다림, 망각 L’ATTENTE L’OUBLI』(1962)을 읽는 일은 그가 열광하고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 중에서 『법 앞에서 Vor dem Gesetz』처럼 죽을 때까지 ‘법의 문’ 앞에서 기다리고 통과하기를 갈망했던 시골 사람의 형편과 어쩌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지기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