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호 학술대회취재: 상허학회, <상허랑> 5월 집담회] 혁명적 여성들: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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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8일(월) 상허학회에서 <상허랑>을 재개했다. 소설가 이태준의 호(號)를 따 1992년부터 국어국문학 연구에 기여해온 상허학회의 <상허랑>은 매달 근작에 해당하는 연구논저를 바탕으로 저자와 연구자가 토론하며 연구 주제에 관한 논의와 새로운 연구의 가능성을 공유하는 집담회다. 이번 <상허랑>의 주제는 독일 튀빙겐대학교(University of Tu ̈ bingen)에 재직 중인 배상미 연구교수의 『혁명적 여성들: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젠더, 노동, 섹슈얼리티』(소명출판, 2019. 이상 『혁명적 여성들』)였다. 집담회는 배상미 교수가 발표하면, 류진희(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과) 연구자의 질문을 통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집담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화상 회의 플랫폼 ‘ZOOM’을 통해 이뤄졌다. 따라서 평소와 달리 독일, 일본, 홍콩 등 국경을 초월한 각지에 있는 연구자들이 참여해 논의와 관련한 보충 질문으로 토론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이번 243호 학술대회취재는 ZOOM으로 진행된 <상허랑>의 주요 논의와 쟁점을 다루고자 한다.

프로문학의 범주를 확장하다

 한국 문학사에서 문제적인 시기를 꼽자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때가 바로 1930년대일 것이다. 1930년대는 일본의 식민지 통치 하에 대동아공영이라는 사상의 조류로 인해, 사회주의 운동의 모순점이 점차 드러나던 시기였으며, 동시에 정치적 억압이 극에 달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1920년대 KAPF(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이하 카프)가 만들어낸 프롤레타리 아 문학(이하 프로문학)이라는 방점은 1930년대 들어 카프의 해산과 함께 수많은 고민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프로문학의 다양성을 여러 지점에서 포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프로문학이라는 한 범주는 마르크스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회주의 계열 문인들 이 계급 갈등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는 문학작품을 뜻하며, 기본적으로 리얼리즘 서사를 장착 하고 있다. 『혁명적 여성들』은 이러한 1930년대 프로문학의 양상 중에서 여성과 관련된 소설작품에 집중하며, 이 과정에서 양산되는 여성 노동에 대한 문제의식, 젠더 문제와 섹슈얼리티 문제를 기본 골자로 하여 다룬다.
 『혁명적 여성들』은 1930년대 프로문학 서사에 등장하는 여성노동을 통해서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갖는 계급의식을 이야기하기 위해 프로문학의 범주를 확장한다. 기본적으로 프로문학은 카프문학으로 일단락되는 경향이 있다. 카프문학은 사회주의 운동계열의 급진적 또는 온건적 작가들이 모여 사실주의에 입각한 문학을 보여주는 특징을 갖는다. 하지만 프로문학은 무산자 문학, 노동 문학, 계급 문학 등의 의미를 함께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세계를 변혁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 주목”하여 노동과 계급에 관한 문제의식을 함께 다루기 위해 프로문학의 범주를 카프에서 확장시키고 있다.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주도했던 KAPF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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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의 종류를 구체화하다

 한편, 『혁명적 여성들』은 여성노동의 종류를 보다 구체화하고 있다. 그 이유는 노동자-혁명-남성이라는 알고리즘으로 가정되는 편견에 도전함으로써 촉발된 문제의식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알고리즘 때문에 ‘여성’과 ‘노동’은 쉽게 붙을 수 없는 단어이자, “이름 없는 ‘여성’들의 노동”이라는 문제의식이 환기된다.
 따라서 『혁명적 여성들』은 여성노동의 종류를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편견에 도전한다. 그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재생산 노동’은 성/가내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지칭한다. 이들의 경우에는 무급노동을 행하는 가내 전업주부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이러한 지칭이 중요한 것은 가내 무급노동을 노동의 범주로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2 ‘공장 노동자’는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지칭한다. 이들의 경우에는 주로 남성 공장 노동자로부터 폭력에 노출된 여성 노동자라는 관점에서 다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공장 노동자가 겪는 성폭력 및 계급 차이를 프로소설을 통해 보여준다. 더불어 이들은 신여성과 여성 노동자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대한 도전으로도 표상된다. 신식 교육을 받은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의 계급적 차이를 ‘노동환경’에서의 부당성이라는 관점에서 동일화시키는 것이다. 3 ‘서비스업 노동자’는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성 노동 여성을 지칭 한다. 그들은 1930년대 ‘기생’이라는 특정 계층으로 서술된다. 이들 기생은 남성의 발언 및 태도를 통해 계급차이를 의식하고, 끊임없이 변혁적 욕망과 성 노동이라는 무기력 사이에서 진자하는 모습을 포착하게 만든다. 따라서 『혁명적여성들』은 노동현장에서 젠더 차이와 계급 차이가 어떻게 오버랩 되는지를 살핌으로써 프로문학이 재현한 여성노동을 통해 이룩하고자 했던 변혁적 욕망을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계급갈등과 계급투쟁에서 성 노동이 환기하는 섹슈얼리티가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는지 고찰한다.

검열이라는 쟁점

『혁명적 여성들』을 살핀 류진희 연구자는 다음과 같은 쟁점을 제시한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여성의 노동 공간’은 프로문학의 서사가 추출하고 있는 ‘젠더 역할 반대’, ‘섹슈얼리티 억압에 대한 저항’,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여성들’, ‘성폭력에 반대하는 여성들’등 이른바 혁명적 여성들로 지칭되는 여성 연대를 포착하는 장(field)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여성 재현을 최대한 당대의 사회적 맥락에서 ‘선해’ 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프로문학이 보여주는 여성 노동 재현에 대한 저서의 전체적 전망과 관련하여 “너무 말끔”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한다.
 여기서 ‘말끔하다’는 언급의 의미를 기자가 자의적으로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그것은 1930년대의 맥락을 고려할 때 프로문학의 서사가 보여주는 ‘여성노동 재현’이 젠더의식 및 변혁의 전망을 다소 수월하게 추수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다시 말해, 식민지 시대에 인정된 매체라는 것은 어느 정도 검열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식민지 검열 공간 안에서 사회주의에 근거한 프로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프롤레타리아 계급 의식은 한정적이었을 것을 인정한다면, 왜 여성 노동을 프로문학 서사에서 재현했는지 재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비평적 지점에 대해 류진희 연구자는 “근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정치가 금지된 식민지에서 근대성은 여성을 통해 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1930년대 프로문학에도 있었다” 는 반영론적 측면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즉, 프로문학에서 여성이 재현된 서사의 비율, 전형화 양상 등을 통해 1930년대 프로문학이 1920년대라는 한 축과 비교하여 시대적 상황 속에서 여성을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던 필연성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배상미 교수는 식민지 시기의 검열이라는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것으로 그러한 지적에 상당 부분 동의하면서도, 서사에서 검열과 여성 재현의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문학적 의식을 탐구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1930년대라는 시대가 포괄하는 프로문학의 문제의식을 기본 골자로 삼고 있는 『혁명적 여 성들』은 작가론적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한다. 이 대담으로 말미암아 ‘검열’ 문제는 집담회의 가장 인상적인 쟁점이 됐다. 이 쟁점에 대해 기자의 부족한 사견을 덧붙이자면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도출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검열을 통한 정치 억압과 프로문학이 그것을 유연하게 회피하는 정당한 방식으로 계급의식의 정치성을 여성 재현으로 표상한 것을 기정 사실로 가정할 수 있다면, 가장 문제적인 것은 ‘여성’과 ‘남성’을 동일한 주체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프로문학자의 ‘여성혐오’가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러한 의식을 근거할 수 있는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더불어 프로문학에 등장하는 여성의 재현이 젠더 관점에서 여성이 점유하고 있는 타자성을 혁명적 주체의 위치로 전위함에 있어 상당한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혁명적 여성들』이 보여주는 문학사적 여성노동의 청사진이 검열이라는 정치적 쟁점에 의해 “상상력”으로만 남을지, 프로문학의 성과를 진보시킬지 양자 간의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는 점에서 ‘검열 논쟁’은 이번 집담회에서 가장 의의가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혁명적 여성들』이 남긴 성과

 『혁명적 여성들』을 통해 1930년대 프로문학의 서사가 환기하는 여성노동이라는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성과를 보여줬다. 1 ‘모순적인 여성 재현을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 한다. 여성 노동자가 성적 결정권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것 등의 예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책은 변혁을 꾀하는 여성을 구체적이며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또한 2 ‘신여성과 여성 노동자의 이분법적 구조에 도전’하고 있다. 신여성과 여성 노동자가 가지는 계급적 차이를 ‘노동환경’에서는 동일하게 ‘섹슈얼리티’를 통한 부당성으로 확장해 동등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기자는 이번 5월 <상허랑>이 보여준 논의가 기본적으로 한국 문학사에서 여성노동의 재현을 보여준 1930년대 프로문학의 젠더의식을 격상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이해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의를 통해 다음과 같은 깨달음을 추수한다. 최근 젠더갈등 및 여성혐오 문제와 관련한 여성학 논의를 여기에 어떻게 포섭시킬 것인가? 다시 말해 최근의 시의적 문제를 ‘역사적’으로 재조정하는 일, 그리고 이러한 연구 성과가 현대사회와 어떻게 관계될 것인가를 고민해봐야겠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는 연구자의 태도를 추후 과제로 생각하게 됐음을 밝히며 <상허랑>에 참여한 소회를 갈음해 본다.

김웅기 기자 | dndrl0314@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