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호 리뷰: 민주인권기념관] 역사를 넘어 울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 순간인지 정의할 수도 없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감정이든 극에 달할 때 맞이하는 때라는 사실이다. 연암 박지원은 “진실로 칠정에 감응하여 내는 지극하고 진실된 소리는 저 천지 사이에 참고 눌러서 천지 사이에 서리고 엉기어 감히 펴내지 못한다”고 했다. 한나라 문인 가생이 상소문을 올린 것을 들어 “울 곳을 얻지 못하고 참다가 별안간 선실을 향해 한 마디 길게 울부짖었다”고 했다. 남영동대공분실에는 그러한 울음이 가득했다. 시대의 불합리를 울부짖었으나 들어 주는 이 없었던 시대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이전의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건물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압박감을 주었다. 5층에 빼곡하게 차 있는 얇고 긴 창문들은 마음에 파고드는 바늘 같았다. 무생물에 불과한 건축물이 전달할 수 있는 감정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마치 다른 공간으로 들어선 듯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공간은, 역사의 틈으로 필자를 밀어넣는 듯했다.

민주인권기념관의 모습

시간 너머로 엿본 것

 나선형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끝이 없어 보였다. 철제로 만들어진 계단은 발을 딛는 순간조차 모두 공포로 만들려는 듯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겠다는 의도된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 509호,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그곳은 여전히 고요했다. 좁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은, 말 그대로 ‘울음’이었다. 울음조차 자유로울 수 없던 곳에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바라보기만 해도 숨이 막히는 공간은,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도 선연하게 마음에 남았다. 추모의 뜻으로 잔뜩 쌓여 있는 꽃은 위로보다는 차라리 함께하는 슬픔이었다.
 그 이후에 본 4층은 감정을 극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유품을 담아 놓은 유리 벽 안 쪽에는 박종철 열사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그는 역사에 남았지만, ‘그의 역사’는 없애 버린 이곳. 민주항쟁 자료보다는 그의 유품을 늘어놓은 공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중앙쯤에 걸려 있는 기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놓여 있어서, 오히려 그 기타를 들고 있었 을 평범한 대학생을 떠올리게 했다. 평범한 대학생이 열사가 되어 역사에 남기까지, 그 과정이 너무나도 무거워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사유하기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남영동대공분실’의 아픔은 희석되지 않았다. 언뜻 과거 고문시설이었던 곳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담는 공간이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러나 그것은 ‘잊지 말라’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들의 아픔 위에 쌓아 올린 민주주의의 역사는, ‘남영동대공분실’에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은 점차 색이 바래는 듯하다. 2019년 특정 브랜드의 홍보 문구는 역사의식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 공간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은 많은 이가 분개하도록 만들었다. 바깥 상황과 상관없이 여전히 버티고 서있는 건축물 이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달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건물, ‘그 공간’이 ‘그 기억’을 털어냈을 리가 없다.

김태림 기자 | bianca111@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