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호 책지성: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 진정한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사랑이란 단어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르다. 조부모님에게서 받았던 조건 없는 사랑, 연인과 오랜 연애, SNS에서 받는 관심 등 이 모든 것들을 사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은 수학문제의 정답처럼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것일까?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가 다른 이유는 본인의 애착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2011)을 통해 사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상대방과 나 잔신을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경험들이 떠올랐고, 그를 탓했던 문제가 사실은 우리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일방적인 가해자도, 피해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두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인간은 애착 유형에 따라 상대로부터 사랑을 느끼고, 상대와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 다르다. 애착유형을 이해하고 상대의 유형을 존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의 첫 번째 거름이 된다.

새로운 사랑의 과학, 애착

 정신분석가 존 볼비(John Bowlby)에 의해 창시된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은 주 양육자와 아이의 애착이 앞으로 아이의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필수적이며 인격의 발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이의 문제라 치부하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애착에 의해 야기된 문제라는 것을 알고, 이해한다면 상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그럽게 바뀔 수 있다. 저자는 『그들이 그렇게 연애하는 까닭』에서 애착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항상 어린아이처럼 상대의 관심을 요구하며 사랑을 확인받길 원하는 불안형, 상대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독립된 공간을 중시하는 회피형, 상대를 존중하며 갈등을 수용하고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안정형이다.
 현시대는 여러 가치가 공존하며 사회의 주된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데이팅 앱과 SNS의 발달로 만남의 기회는 늘어났지만, 관계의 무게는 더욱 가벼워졌다. 이견을 조율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기보단 새로운 상대를 찾고 가벼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간편하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 따르면 영아기에 형성된 애착 유형은 인간관계에서 꾸준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현재의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믿음과 사랑을 기반으로 형성되는 안정형 애착 유형보다, 관계를 쉽게 끊으려 하는 회피형 애착 유형이나 끊임없이 의심을 품는 불안형 애착 유형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사랑이란 착각

 저자는 책에서 회피형 파트너는 처음부터 연인 후보에서 제외하라고 하며 회피형의 대표적인 특성을 나열한다. 대부분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을1) 기반으로 한다. 회피형 상대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지배력을 점점 높이고, 관계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게 만든다.
 필자도 회피형 상대를 연인 상대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친구, 직장동료, 가족 구성원으로도 최악의 상대라 생각한다.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방을 간접적으로 기분 상하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화장 안 하니까 정말 이미지가 달라 보인다”, “멀리 네가 걸어오는데 지진 난 줄 알았다니까”라는 등 농담을 가장해 상대방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것도 가스라이팅의 한 예이다. 농담속에 담겨 있기에 농담을 받아들일 줄 모르는 예민한 사람이 될까 봐 화를 참는다. 회피형은 결코 좋은 배우자나, 친구, 인생의 소울메이트가 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과 인간관계를 끊고 도망치는 것이지만, 사람사이는 무처럼 칼로 끊기는 것이 아니라 물처럼 자연스레 흐르는 것이기에 회피형 상대와는 거리를 두고 가스라이팅 할 때마다 감정이 상했음을 인지시켜야한다.
 필자는 회피형과 불안형에 대해 생각하면서 다른 궁금증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오래 만난 짝들은 모두 안정형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착 이론에 의하면 그들은 안정형과 안정형이 만난 동화 속의 백마 탄 왕자님과 백설공주에 버금가는 이상적인 짝이어야 한다. 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속 유명한 구절이 떠올랐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만큼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며 정이 쌓였고, 특별히 헤어질 이유가 없으니 만남을 지속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오랜 시간 연애를 한 커플이 모두 안정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방송 프로그램에 부부가 출연할 때, 부인이 남편에게 뽀뽀하려 하면 ‘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둘 사이의 사랑 감정은 이미 찾아볼 수 없다. 오랜 관계를 이어온 연인들 중에는 심지어 부정을 저지른 상대를 용서하고 함께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관계가 충분한 대화를 통해 상대의 상처를 치유하고 진정한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괜찮겠지만, 새로운 상대를 찾아야 하는 두려움과 지금까지 관계유지를 위해 쏟은 노력을 생각하며 불행한 관계를 지속하는 연인도 무수히 존재한다. 오랜 시간을 든든하게 함께한 커플을 보며 저들과 같은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그들 사이에 진정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둘이 함께 하트를 완성하는 연인의 실루엣

정답은? 소통

 그렇다면 안정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답일까? 책에서는 꾸준히 노력하면 모두가 안정형 애착 유형으로 바뀔 수 있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이 연인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필자는 관계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딱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야 주변 사람도 행복하다. 필자는 과거 연인을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많이 했다. 나의 노력이 상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했고, 내가 희생해서 상대가 행복하다면 이것이 바로 모두의 행복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의 모든 욕구를 감추고 상대에게 맞추려 했으며, 흔한 식사 메뉴 선정도 상대의 의사에 맡기곤 했다. 하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연애를 통해 절망했으며 어느 순간 나도 마음속부터 차오르는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다.
 내가 가진 모든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하려 했고, 늘어난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관계에 대한 더욱 견고한 믿음이 생겼다. 더 불안하지 않으니 함께하지 않는 서로의 시간을 존중하게 되었으며, 나 스스로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다른 일에 더 몰두할 수 있었다. 필자는 그때 깨달았다. 모든 것은 솔직한 의사소통에서 시작되었음을. 회피형 상대를 피하라고 했지만 이미 시작된 관계라면 솔직한 의사소통과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필자와 같은 불안형 애착 유형도 함께하는 시간과 관계에 대한 믿음을 통해 얼마든지 안정형 애착 유형으로 바뀔 수 있다. 서로의 애착 유형을 이해하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노력한다면 누구나 이를 통해 상대와 나 모두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FOR LOVE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사랑을 운에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사랑 역시 노력을 통해 충분히 얻어질 수 있다. 나는 어떠한 방식의 사랑을 원하며,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그리고 나는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먼저 고민하며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필자는 책을 통해 독자들도 과거 연애사를 떠올려보고 알 수 없었던 갈등의 이유를 깨닫고, 이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랑을 이뤄내길 바란다. 혼자보다 함께일 때 더 행복해지려고 연애와 결혼이라는 관계를 맺는 것이란 걸 명심하고 그 어떠한 불행한 관계도 지속하지 않길 바란다. 진정한 사랑에서 오는 기쁨은 대체 불가하리니.

김혜원 기자 | hyensi07@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