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4호 학술대회취재: 위기의 지구 : 재난,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 심리학, 여러 학문을 담고 있는 넓은 바다

심리학은 사람의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이란 인식이 통상적이다. 이 때문에 심리학 연구를 직관적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실 심리학은 과학적인 관찰과 연구 방법을 사용하는 학문으로, 인간의 마음 상태를 이해하는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한국 심리 학회에 따르면 현대 심리학은 15개 분과로 나뉠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고, 세분된 분과를 통하여 자연과학, 인문, 예술, 공학 등 다양한 학문과의 교차 연구가 가능하다. 심리학은 모든 학문 전반에 걸친 얇고 긴 띠와 같은 학문이다.
 지난달 20일(목)부터 22일(토), <2020 제74차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 위기의 지구 : 재난, 심리학에서 길을 찾다>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COVID-19)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는 크게 문화 및 사회문제 · 여성 · 중독 · 코칭 · 건강 등의 분과로 나뉘며 질병관리본부와의 연계하에 여러 학술단체와 연구진, 학생들이 참여해 발표와 토론을 통해 의견을 나눴다. 본 지면에서는 연차학술대회에서 논의되었던 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COVID-19를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최근에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분과 심포지엄, 여성 : 온라인 공간에서의 은밀한 성 –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와 개입>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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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차 한국심리학회 온라인 연차학술대회 포스터

사회심리학을 통해 바라본 COVID-19

 COVID-19 사태를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떠한 현상을 추가로 볼 수 있을까? 국내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정부의 COVID-19 초기 대응 방역 정책은 박수를 받았다. COVID-19의 1차 대유행으로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는 날로 늘어날 시기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대외 심포지엄 두 번째 강의인 에선 대한민국 방역 성공의 주 요인을 집단주의적 국민성으로 뽑았다. 연사인 성균관대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는 동아시아 국가는 집단주의의 성향이 강하고, 미국이나 유럽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국가라 설명했다. COVID-19 사태와 함께 바라보면, 집단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는 방역에 성공할 확률이 높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는 1차 대유행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기자는 본 학술대회를 듣기 전부터 우리나라 국민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정(情)’의 나라로 불리며, 나와 남을 동일시하는 성향을 비교적 많이 갖고 있다. 또한, 공동체의 목표를 위해 단결하고 노력하는 것이 사회의 주된 이념이며 개인의 이익보단 공동체의 이익이 우선된다. 국가 재난 상황에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공동체의 이익 즉, COVID-19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 국민이 단결한 것은 모두 집단주의적 성향에 기반을 둔 행동 심리이다. 처음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란 의제를 보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할수록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적이고, 언텍트 사회에 적응이 빠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자의 예상과는 다르게 재난 상황에선 집단주의 성향이 방역 결과에 더 효과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의 집단주의 행동은 이번 COVID-19 사태에 대한 대응 외에도 또 있었다. IMF가 시작된 1996년대 말 대한민국은 국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인 금 모으기 운동이 펼쳐졌고 이에 관한 외신 보도가 끊이질 않았다. 국민이 공동체 지속이란 집단의 목표를 위해 사유재산을 내놓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숭고한 이타적 행위로 보였기 때문이다. 태안 기름 유출 사건 때도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찾아가 예상보다 빠른 복구가 가능하였다. 위에 언급한 행동은 모두 사회심리학적 관점으로 볼 때 나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집단주의적 성향에 입각한 행동이다.
 최훈석 교수는 이번 학회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동안 대학생들이 얼마나 생활수칙을 준수했는지 관찰실험, 회귀분석법을 통해 결과를 살펴보았다. 결과에서 유일하게 유의미한 값인 변수는 주관적 규범이다. 즉, ‘내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타인이 나를 나쁘게 평가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할수록 사람들과의 접촉 정도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최훈석 교수가 발표한 바로는 한국 사회는 주변인의 생각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자신의 주관을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과도한 눈치 보기가 COVID-19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감염병을 낮추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집단주의와 개인주의는 모두 장단을 갖고 있다. 집단주의는 공동체 번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건강한 한 그루의 나무보다 크기만 키운 숲과 같은 사회가 형성된다. 이에 반해 개인주의는 공동체보단 개개인의 권리 보호가 우선이며, 개인적인 의견도 존중받는 사회를 형성한다. 하지만 결속력이 떨어져 숲보단 나무가 듬성듬성한 들판과 같은 사회를 형성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집단주의 가치와 더불어 독립적자기관 형성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의 소중함, 개인의 이익 양보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확고한 주관을 갖는 부분에서는 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런 개개인이 모인 튼튼한 숲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COVID-19를 넘어선 앞으로 다가올 어떤 재난도 거뜬히 이겨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온라인에 숨은 성범죄 – 디지털 성범죄의 이해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삶은 갈수록 편리해졌지만, 그에 따른 여러 부작용도 늘어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성범죄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카메라 등의 매체를 이용해 상대의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 또는 사진을 유포, 협박, 공유 등의 행위를 통한 성적인 괴롭힘을 뜻한다. 경기대학교 범죄 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소형 카메라의 발달이 디지털 성범죄 중 하나인 몰카 범죄의 발생을 대폭 증가시키는 계기였다고 주장한다. 또한, 과거에는 카메라로 가능했던 촬영이 스마트폰으로도 가능해지면서 몰카 범죄는 특정 장소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범죄로 탈바꿈했다. 이에 따른 새로운 범죄 유형도 나타났다. SNS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해 아바타(대리인)를 보내고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영상을 제작한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을 거래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N번방의 주된 범죄 수법이다. N번방 사건은 피해자들의 나이가 어린 것이 특징인데 대부분 심리적으로 방치된 상태였다. 수사과정에서 이들의 심리상태를 고려하지 않으면서 수사를 진행해 2차 가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아직까지도 많이 발생한다. 기자가 생각했을 때, 가해자와 구매자를 향한 법적인 처벌은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보다 우선시 할 것은 피해자의 심리치료와 그들을 향한 시선의 변화이다. 발표에 따르면, 랜덤채팅에서 가해자와 처음으로 접촉한 피해자는 조사관에게 ‘그러게 왜 랜덤채팅을 했니’, ‘랜덤채팅을 하니까 그런 사람을 만나는거야’와 같은 비난을 조사과정 중에 들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과연 조사관들을 믿고 계속해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실제 사례들을 발표를 통해 들으면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라 생각한다. 당할만해서 범죄를 당한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더 많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했을 뿐이다.

심리학을 통해 바라본 세계

 이번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는 화상회의 앱 ‘ZOOM’을 통해 이루어졌다. 연사들이 미리 발표를 녹화하여 대회기간 동안 송신했다. 발표 동안 채팅을 이용한 실시간 Q&A가 진행되었다. 녹화를 미리 진행하였기 때문에 날로 변화하는 감염병을 시국에 맞춰 다루기는 쉽지 않았다. 대회 첫날 <코로나19와 새로운 일상>의 경우, 수도권 범유행 조짐에 관한 내용이 다뤄지지 않았고, 1차 유행을 효과적으로 방역했다는 내용만 담겨있어 실시간이 아닌 녹화 송출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보면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이 보인다. 사회심리학의 관점에서 COVID-19 방역 체계를 바라보면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행동심리가 보이듯이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깊게 바라보고, 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심리학이란 돋보기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COVID-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심리적으로 방치되는 계층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아직 올바른 가치판단을 하기 어려운 주변의 청소년을 심리적으로 보호하는 것도 국가의 과제이다. 심리학은 개인의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학문과의 연계 연구를 통해 COVID-19를 이겨내고 위기를 기반으로 한 성장을 이끌어 낼 가능성의 학문이다.

김혜원 기자 | hyensi07@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