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1호 문화비평: BTS신드롬] 방탄소년단의 음악 오디세이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미국에서의 힙합 도전기

 몇 년 전 TV에서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힙합을 배우기 위해 미국 LA로 떠난다는 내용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힙합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미국, 그리고 LA라는 도시를 방문한다는 설렘에 긴장하고 들떠있는 멤버들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낯선 도시에 도착한 멤버들의 미국 여행기는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자 또 다른 도전의 시간처럼 보였다. 낯선 곳에서의 생활에 어색해하다가도 이내 익숙해져 장난을 치던 멤버들의 모습은 2018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방탄소년단이었다. 2014년 엠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에 출연했던 방탄소년단은 지금 전 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찍고 있는 듯하다. 미국 음악시장에 진출한 적도 없던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팬을 형성하고, 글로벌 팬덤의 요청으로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까지 영역을 넓혀가며 가수활동을 하는 것은 영화 속 장면 같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수상하며 연일 새로운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소감을 말할 때나 유명 해외 토크쇼에 출연해 자기소개를 할 때도 그들은 몇 년 전 리얼리티 프로그램 속 모습처럼 풋풋하다. 자신의 이름을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에 어색해하지만 무대 위에서 노래를 선보일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폭발적 자신감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매년 아이돌 가수로 데뷔하는 가수의 수는 셀 수 없이 많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조사된 아이돌 가수의 수는 138팀에 달한다는 기사도 등장했고, 아이돌 연습생이 백만 명에 가깝다는 기사도 적지 않다. ‘아이돌 고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아이돌 가수로 데뷔할 기회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 가수로 인기를 얻는 것은 과거에도, 현재도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치열한 경쟁과 성과 중심으로 점철된 국내 음악 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 형성은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 SM, JYP, YG로 명명되는 대형기획사 소속도 아닌 그룹이 몇 년 사이에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성과 플랫폼 활용의 절묘한 조화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왜 좋아하는지 팬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노래 가사다. 물론 엄청난 집중력과 테크닉을 보여주는 화려한 군무와 멤버들이 갖고 있는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지만, 노래 가사와 앨범 컨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유독 많다. 가사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삶의 기쁨과 고통, 청춘 등에 대해 스스로 말하고 고민한 흔적이 녹아들어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가수에 대해 팬들은 즉각적으로 화답한다. 이러한 공감의 물결은 방탄소년단이 UN 정기총회에서 연설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만들어냈다. 결국, 그룹이 지향하는 음악 활동을 적극적으로 표방한 것과 지속적인 팬들과의 소통이 방탄소년단 팬덤 형성의 큰 요인이라 볼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수많은 아이돌 가수가 데뷔하고 또 사라지는 치열한 경쟁상황 속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음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팬들에게 설명 하기란 쉽지 않다. 음반 판매율이나 다운로드 수, 콘서트 티켓 판매율처럼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시장 수익률은 그룹의 존폐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2013년 데뷔 이후 그들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왔다. 방탄소년단을 지칭하는 ‘BTS’는 애초 총알을 막아낸다는 ‘Bulletproof Boys’(10대들의 사회적 편견과 억압 해소) 외에 과거와 미래를 아우른다는 ‘Beyond The Scene’(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청춘)의 의미도 담고 있다. 이는 BTS만의 특징을 지닌 음악적 가치를 지켜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7월,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모션 그래픽 영상에서 이러한 의미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 형성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 톱 소셜 어워즈 수상으로 무대에 올랐을 때나 NBC의 <엘렌 드제너러스 쇼 The Ellen DeGeneres Show>, <지미 펄론의 투나잇 쇼 The Tonight Show Starring Jimmy Fallon>, ABC의 <굿 모닝 아메리카 Good Morning America>에 출연했을 때, 방탄소년단에 열광하는 10대들이 화면을 가득 채 웠다. 이들은 방탄소년단의 뮤직 비디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리액션 비디오를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댓글을 통해 서로 의견을 교환한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트위터에 올라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영상과 사진은 팬들에게 방탄소년단이 마치 내곁 에 있는 것과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팬들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고 동시에 생산한다. 이들은 영상에 자신을 드러내 스스로 팬덤임을 내보이고 타인과 감정적 연대를 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다. 이를 보여주는 일례로, 현재 월드투어 중인 방탄소년단의 공연장에는 공연 며칠 전부터 팬들이 캠핑장을 만들고 콘서트 입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 형성이유는 무엇일까.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치밀한 플랫폼 활용 전략, 멤버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전달하려는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로써 방탄소년단만의 음악성 등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꾸준한 노력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에게 전달된다는 점이다.

모바일을 통해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케이팝 콘텐츠의 힘

 현재 국내 언론에서는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덤이 이렇게 열정적이고 폭넓게 형성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타임지 커버를 장식한 방탄소년단은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었고, 영국 BBC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두고 ‘21세기 비틀즈’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팬덤이다. 이들은 모바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모바일로 미디어 콘텐츠 를 소비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과 느슨하고도 넓게, 그리고 감정적으로 소통한 다. 유튜브 등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기존의 미디어 플랫폼과 달리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도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손가락만으로 수많은 영상을 검색하고 즐길 수 있는 미디어 환경 속에 사는 이용자들에겐 영상 검색 또한 즐거운 소비의 과정이다. 영상 중심의 소통이 주를 이루면서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그 ‘다름’을 메워 줄 수 있는 자막과 댓글들은 빠르게 준비되고 소비된다. 인기 유튜버가 가족이나 친구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해준다’라고 말하는 미국 10대들의 대답은 지금 대중문화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케이팝은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 또래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군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아름다운 외모, 성실한 스타로서의 모습 등으로 설명된다. 이것은 미국의 팝이나 유럽음악, 뮤지션들과 구분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빠르게 글로벌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케이팝 장르의 특성이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었다. 2018년 현재,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아이돌 가수였던 H.O.T와 젝스키스의 공연장을 찾는 수많은 팬들의 지속적인 열정과 관련지어 해석할 수 있다. 당시 특히 인기를 끌었던 두 그룹의 노래에는 청소년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당시 팬들이 느꼈던 감정적 연대는 그들이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결국,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음악의 조건은 예나 지금 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룹이 지니는 가치관, 음악성, 팬들과의 소통이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 그들만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팬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언어를 넘어 음악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 고 또 들어주는 그들의 공감 능력 때문이다. 국내 음악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은 지금 월드투어 중이다. 새로운 음악 시장에서 체류하고 전 세계의 팬들과 만나 소통하며 방탄소년단은 그들만의 오디세이를 쓰고 있다. 이들이 오랜 음악여정을 끝내고 국내의 팬들과 만날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그들만의 감수성이 묻어난 음악을 선보이게 될지 기대가 된다. 방탄소년단의 끝없는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우리 모두 지켜봐야 할 이유는 이미 충분한 것 같다.

이종임 / 숙명여자대학교 미디어학부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