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6호 책지성: 이미예, 『달러구트 꿈 백화점』(2020)] 꿈이 시작되는 곳,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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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한 번도 이 질문을 떠올려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어릴 적, 환상적인 각종 상상력을 통해 얻은 대답을 지나 나이가 들면 ‘꿈’은 그저 무의식의 반영일 뿐이라는 현실적이고, 재미없는 대답을 얻게 된다.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꿈나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상상을 했다. 꿈나라행 기차를 타고 경유지들을 스쳐 가다 보면 어느 새 깊은 잠에 빠져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고는 한다. 도착한 꿈나라에서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것은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보면 그것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꿈, 판타지와 현실이 만나는 곳

 페니가 사는 도시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로부터 시작된다. 도시의 어린아이들에게 필수 권장 도서쯤 되는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는 이 소설의 세계관이자 작가가 생각하는 ‘꿈’이 무엇인지 말해 주고 있다. ‘꿈’은 과거를 추억하고 미래를 대비한다. 사람들은 꿈속에서 과거를 이겨내고 미래를 꿈꾸게 된다. 사람들이 잠든 시간은 미래도, 과거도, 현재도 아니면서 그 모두 를 포함하고 꿈의 세계는 시간 사이에서 사람들을 성장시킨다. 꿈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꿈 일 뿐이지만 잠든 시간은 사람들에게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한 꿈을 페니는 “숨 가쁘게 이어지는 직선 같은 삶에, 신께서 공들여 그려 넣은 쉼표”라고 정리한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게 된다.
 이 소설이 내 현실 속으로 들어온 것은 ‘설렘’이 필요한 손님과 페니가 만나고 나서부터다. 현실의 인물이 판타지에 삽입되면서 이 이야기는 그저 아름다운 백화점이 있는 한 도시에 잠옷을 입고 수면 양말을 신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돌아다니고, 나무늘보를 닮은 녹틸루카들이 대여 용 잠옷과 가운을 잔뜩 짊어진 채로 사람들을 뒤쫓는 평화로운 풍경을 가진 이(異)세 계 소설에서 ‘어쩌면 나도 매일 밤 페니와 달러구트를 만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현실 밀착형 소설 로 바뀐다. 아영과 현석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연애는 어디에서나, 어쩌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흔한 일이다. 너무나 흔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판타지는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통해 일어난다. 가까운 현실과 아주 먼 판타지 세계가 이렇게 이어지고, 비현실은 현실 속에서 실체를 가지게 된다. 잠이 드는 그 순간에, 아름다운 꿈을 꾸는 그 시점에, 이것은 내 무의식이 반영된 가짜 세계가 아니라 꿈 백화점에서 달러구트를 만나 꿈 제작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꿈을 즐기는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면 일상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책 밖의 현실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할수록 이 책은 가상세계를 벗어나게 된다. 판타지 소설이 독자에게 현실감을 주게 되면 어떻게 될까? 환상이 생활 속으로 들어올 때, 독자는 자신의 삶 이 더 다채로워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도 달러구트의 백화점에서 꿈을 쇼핑할 수 있겠다는 그 상상 하나가 이 소설에 더 애착이 가게 만들고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꿈과 환상, 그 이면의 이야기

 12월이 설레는 이유는 바로 크리스마스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기쁨
이 있기 때문이다. 하얀 눈, 화려하게 반짝이는 불빛들, 선물이 가득한 커다란 트리, 새해를 맞
이하며 함께 세는 숫자 같은 것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연말의 환상이다. 일 년, 열두 달 중에서
가장 환상으로 가득한 날을 고르라면 역시 모두가 단꿈에 젖는 12월이 아닐까. 화려한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의 이면은 언제나 연말을 기념하는 상기된 얼굴과 함께 뉴스에 자그마하게 소
개되거나 모두가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을 때 같이 조명되고는 한다.
 이 책은 논픽션도 아니고, 사회고발형 소설도 아닌 판타지 소설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서 환상의 이면으로 조명되는 존재 역시 사람이 아니다. ‘동화 같은’소설을 표방하고 있으면서도 12월의 주인공이 어린이들의 영원한 아이돌, 산타클로스가 아니라니. 산타클로스의 화려하고, 아늑하고, 반짝거리는 오두막을 소개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모습을 보여줬으면서! 아마도 동화 같은‘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상한 주 독자층이 성인이고, 어른은 환상 속에서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반짝거리는 세계 속에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어쩔 수 없는사정은 이해할 수 없는, 가족이 자신의 세계의 전부인 레오 같은 존재들 말이다. 코로나19로 사
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자 가장 행복해하는 것이 반려동물이라고 하는 글을 본 적 있다. 반려동물에게는 많은 책임감이 뒤따르고, 인간이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 다른 환상이 있다. 별처럼 빛나 보이는 다른 사람의 삶이다. 다른 사람의 삶이 눈부시게 빛나 보일 때가 있다.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 초라한 현실을 더욱 실감할 때. 이 책은 그런 환상에 휩싸이지 말라고 전해준다. 지금 너 자신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 너의 삶은 충분히 빛난다고 말해준다.
 유튜브로 시작해 인기를 얻은‘연반인’재재는 충분히 잘 나가보이는 사람이다. 연예인 겸 일반인의 삶을 소화하며 자신의 끼를 표출하고,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던 화면에서나 보이는 유명한 사람들을 만난다. 하지만 그도 한 프로그램에서 취준생으로 지냈던 기간이 3~4년쯤 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취준생으로 지냈던 기간 동안 자신이 이렇게 ‘성공’해 연예인들을 만나고, 많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적이 있을까.
 지금 우리가 보는 사람들은 ‘성공한’사람일 것이다. 빛나고, 화려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 그 어느 것도 이루지 못했거나, 혹은 그저 평범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는 내 삶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보이는 반짝이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한때는‘평범한’삶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의문이 들었을 것이고, 남들과 똑같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사람들의 삶을 인정하고, 내 삶이 충분히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달러구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한”다면 행복이 허무하리만치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환상과 일상의 경계에서

 이 소설은 아주 따뜻한 소설이다. 너무 따뜻해서 환상적이고, 그 무엇보다‘판타지’처럼 여
겨진다. 일상 속에 스며든 판타지는 약간의 로맨스로 독자를 설레게 하고, 꿈에 관한 온갖 상상
의 날개를 펼쳐준다. 꿈의 이면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잃은 무언가를 계속 품고 살아
가는 남겨진 사람이 힘을 얻게 한다. 그리고 이르지도, 너무 늦어서 섭섭하지도 않을 그 언젠가
다시 페니와 함께 달러구트의 백화점에 갈 날을 기다리게 만든다.
 페니의 이야기는 페니가 직접 단골손님의 눈꺼풀 저울을 맞추고 그 손님을 맞이하면서 끝난
다. 페니는 앞으로도 달러구트와 함께 꿈 백화점에서 손님을 맞고, 눈꺼풀 저울을 맞추면서 손
님들에게 맞게 꿈을 판매할 것이다. 사람은 매일 꿈을 꾸지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사
실은 모두 잠이 들면 꿈 백화점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은 달러구트를 만나 숙
면 캔디를 받고, 어느 날은 웨더 아주머니에게 꿈을 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분무기에 ‘아늑함’을 담아서 침대에 칙칙 뿌리고 ‘설렘’을 쭉 들이킨 다음 달러구트의 꿈 백
화점으로 달려가고 싶다.

문수빈 | forest@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