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호 기자칼럼] 바둑의 미래

 바둑 한판에는 사람의 인생이 담겨 있다. 바둑 한판을 두며 인간은 희노애락(喜怒愛樂)과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경험한다. 19개의 가로 선과 세로 선이 만나 정확히 361개의 칸으로 나뉘고, 돌을 두는 사람은 정해진 수순에 따라 초반(포석), 중반, 종반(끝내기)을 두게 된다. 바둑은 복잡한 규칙과 무한한 가능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2016년 3월 9일 인간의 고유한영역으로 생각되었던 바둑은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등장과 함께 큰 변화를 맞게 된다.
 2016년 최고의 기사 중 한 명이었던 이세돌과 대결에서 알파고의 승리로 바둑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바둑은 이전과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알파고의 등장 이후 인공지능은 바둑계에 모범적 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바둑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가 두었던 수를 분석하며 이를 참고하고 AI와 함께 훈련하며 기량을 쌓는다. AI와의 훈련으로 인해 기존의 바둑이 갖는 공간적·시간적 제약이 사라지자 바둑 기사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어 갔다. 인공지능이 바둑에 이용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둑 해설에서는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바둑 기보를 분석하며 이를 수치화하여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이처럼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의 영역이었던 바둑이 진일보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반면에 최근 인공지능을 사용한 부정 사례는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2020년 11월 세계사이버기원이 주최한 인터넷 기전에서 인공지능을 사용한 부정 사례가 적발되었다. 지난해 1월에 열린 입단대회 부정에 이어 공식전에서 열린 두 번째 사례이다. 바둑에 인공지능이 도입되면서 주목할 만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었지만, 윤리·사회적 숙고 없이 기술이 도입되면서 다른 한편에서 기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우리는 시간을 충분히 사용하며 수를 생각하는 바둑의‘초읽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알파고의 승리는 곧 인류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은 끝났지만 인류의 바둑은 아직 진행 중에 있다. 인류의 바둑은 현재 초반을 지나 중반과 끝내기 그 사이 어딘가에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다. 8세기 당나라의 바둑 고수였던 왕적신이 쓴 바둑의 십계명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일수불퇴(一手不退)의 바둑에서 한 수를 무를 수는 없다. 또한, 신물경속(愼勿輕速)하여 경솔하게 빨리 수를 두어서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적을 공격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보라는 공피고아(攻彼顧我)의 자세로 우리는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바둑 십계명처럼 인공지능 도입과 함께 우리 주변의 변한 것과 변해 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바둑 한판에 들어 있는 인생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엄경용 기자 | gyung23@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