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호 사설: 그 날을 향한 염원]

 지난 2020년 11월 미얀마에선 총선이 열렸다. 아웅산 수찌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전체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압승을 거두자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불복을 주장했다. 의회 개시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2021년 2월 1일, 군부 세력은 네 번째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웅산 수찌와 주요 인사를 구금하고 향후 1년을 국가 비상상태로 선포했다. 성난 민중은 시민혁명을 일으켜 거리로 나왔다. 식민지 시기를 이겨내고 근대화를 이룩한 미얀마에 다시 한번 붉은 역사가 새겨졌다.
 민주화를 향한 미얀마 민중의 몸부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62년, 1988년 이미 두 차례 시위가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시민혁명의 주체는 언제나 학생이었다. 어디서 보았던 모습 아닌가? 일부는 한참 멀리 서서 말한다. “아직 뭘 몰라서, 치기에 휩쓸려 시위 현장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2021년, 미얀마 학생들은 거리에서 민주화를 외치다 총 칼에 희생되고, 1980년 5월의 광주처럼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끼고’있다.
 미얀마 군부 세력의 힘은 지속해서 약해져 왔고, 이번 쿠데타가 마지막이 될 것을 예측함에도 불구하고 일으켰다고 한다. 최후의 칼을 움켜쥔 미얀마 군부 세력은 결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번 미얀마 시민혁명은 한 나라의 미래만을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경을 접한 태국은 왕정국가다. 지난 2019년부터 반정부 시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2021년 3월,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한 군주제 개혁 시위는 다시 불을 지폈다. 캄보디아는 훈센(Hun Sen) 총리가 30년 넘게 통치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강력히 유지하고 있다. 이번 미얀마 시민혁명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아 국민 기반 민주주의 체제 탄생을 알린다면, 동남아시아 전체에 지금과는 다른 따스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것이다.
 며칠 전 공개된 미얀마 촛불시위 현장 사진을 보았다. 그들의 굳건한 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맨손으로 촛불을 쥐고 있었고, 뜨거운 촛농은 녹아내려 다시 손등 위로 단단히 굳어갔다. 손에 들린 커피가 뜨겁다며 호들갑 떨던 나의 모습이 그처럼 부끄러웠던 적이 없었다. 녹아내리더라도 언제고 다시 굳는 그 촛농처럼, 미얀마의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굳어지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