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호 과학학술: 기후변화와 적응] 기후변화와 탄소중립시대: 도시민의 적응

여름이 얼마나 더웠는지의 비교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1994년 폭염은 일시적인 현상이었지만, 최근의 반복되는 폭염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일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기후변화의 심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이 돼버린 변화에 대한 적응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2050년 탄소중립 너머의 2100년 2℃

 2008년 미국의 전 부통령 앨 고어(Al Gore)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래 기후변화에 대한 걱정과 관심은 계속 높아졌다. 일부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을 중심으로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결국“기후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명확하다”는 것이 정설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탈퇴한다던 파리협약도 바이든 대통령이 유지시켰고, 기후변화 국제 협상은 2015년 파리협약이 제시한 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온도를 2℃ 이내로 유지하자는 목표가 부족하다는 인식 하에 1.5℃ 목표를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고 흡수를 증대시키려는 정책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2050년까지 순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개념으로 주요 배출원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흡수원을 확대하는 골자이다. 사실 탄소중립은‘2100년 전 지구 평균온도를 2℃ 이하로 안정화’하기 위한 중간 이정표일 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EU, 중국, 일본, 미국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공표하였고, 이는 실현 가능성과는 별도로 이는 각국이 2100년을 향해 가기 위한 노력이라는 국제적 약속을 한 것이다. 그러나 사실 당장 지금부터 온갖 혁신기술들이 개발되고 적용되어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파리 협약의 궁극적 목표인‘2100년까지 전 지구 평균온도 2℃ 이내 유지’가 2050년 목표달성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쉽게 달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2100년)를 고려하지 않은 단기(2050년) 목표의 달성은 마치 낮은 곳에 달려있는 열매만을 모조리 따먹은 동물이 높은 곳에 달려있는 열매를 따는 방법을 전혀 고민하지 않았기에 결국 높은 곳의 열매를 먹지 못하게 되는 비극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실현 가능한 기술 및 정책 실현으로만 채워버린 2050년 목표달성 전략이 에너지·사회 구조의 변환을 동반해야 하는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 2100년 목표달성 전략 수립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더불어 2100년 2℃, 더 나아가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전 지구, 전 국가, 전 시민의 노력이라는 당연한 말 이외에 과연 우리는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과 공평 문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향은 완화와 적응으로 나누어진다. 완화는 온실가스 배출의 감축이나 흡수의 증대를 가져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주로 온실가스 감축 부분이 강조되어 왔는데, 신재생 에너지 비율 확대, 에너지 효율 증가, 대중교통 확대 등 그동안 수없이 제시된 전략들을 말한다. 온실가스 흡수 증대 쪽으로는 산림에 나무를 심기, 관리하기와 같은 생태계 기반 기술부터 공장 굴뚝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지층이나 해저에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하는 첨단기술까지 이미 다양하게 제안되어 있다. 반면 적응이라는 기후변화 대응은 일반인에게 조금은 낯설다. 기후변화 적응의 정의는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하여 기변화된 기후에 따라 발생할 피해를 저감하고 기회를 확대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더운 여름 에어컨을 켜는 것도 대표적인 인간의 적응행동이다. 다만 이러한 적응 행동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오적응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농부가 미리 상승하기 시작한 봄 온도에 적응하여 모내기를 앞당겨 쌀 생산량의 감소를 방지한다든지, 가뭄이 지속되는 지역에서 가뭄에 내성이 높은 작물을 심는다든지 하는 것이 적응의 사례이다. 도시의 폭염에 대비하여 보행자를 위한 그늘막 텐트를 설치한다든지, 쪽방촌 노인들에게 얼음 생수를 나누어주는 것도 적응이다. 저지대 상습적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제방을 쌓는 것도 적응이며, 해안선 침식에 따라 양빈을 시행하는 것도 적응이다. 더 나아가 지금은 너무 더워진 대구에 사과 대신 파인애플을 심는 것도 기회를 활용하는 적극적 의미의 적응이다.
 2015년 파리협약 이전, 기후변화 협상의 주된 의제는 주로 ‘선진국이 자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감축할 것인가’였다. 하지만 파리협약에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도국도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적응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왜냐하면 감축 의무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개도국들이 압력을 받기 시작하면서 개도국은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비용 즉, 피해복구비용을 협상 테이블에서 보상받기를 더 강력히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 만년설이 평균기온 상승으로 인해 녹아내려 부탄의 하천 범람 빈도가 높아졌다면 과연 이 피해복구비용은 누구의 몫이란 말인가?
 방금 사례로 들은 히말라야 만년설 해빙으로 인한 부탄의 피해비용 문제처럼 기후변화 적응 국제 협상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 공평(Fairnes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이와 유사하게 한 국가 내 기후변화 적응 정책에 있어서도 공평은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왜냐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는 많은 경우 충분한 자원(주로 자본)이 있으면 피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록적 폭염에도 에어컨을 충분히 가동할 수 있는 가구는 건강피해를 받지 않고 쪽방촌의 노인들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상습 침수가 일어나는 저지대 주민들은 타지역으로 이주할 비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적응은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예산 투입에만 의존하는 적응은 소극적이고 단기적이다. 그렇다면 2050년, 2100년을 내다보는 기후변화 적응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또한, 2050년 탄소중립, 2100년 2℃, 1.5℃ 목표가 인류의 숙제로 남겨진 이 시점에서 과연‘나’의 모습은 어떠해야할까?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의 적응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 기사에서는 기후변화 적응의 범위를‘도시’로 좁혀 생각해보고자 한다. 현재 전 지구 인구의 55%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보고되며, 특히 우리나라 인구의 92%는 도시민이다. 향후 그 비율은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므로 기후변화는 도시민의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도시 기후는 대기오염, 도시 내 인공열, 건축물과 포장도로 등의 지상 피복 상태 변화로 인한 열섬현상이 기후변화에 가중되어 더 큰 폭의 기온변화를 가져온다.

<그림1> 미래 기후변화 적응 도시의 모습 (<Future World Images>, DEFRA, 2012) ⓒ필자제공

 기후변화에 대한 도시공간의 적응을 도식적으로 보여준 그림은 위와 같다. 이는 영국의 DEFRA(Department of Environment, Food and Rural Affairs)가 예측한 2030년 기후에 적응하는 도시 그림인데 2012년 <Future World Images>라는 이름의 문서로 출판되었다. 2012년에 상상해본 2030년의 도시 모습이 2021년 현재 돌아보니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점은 그동안 이 분야의 기술혁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30년 도시에는 녹지 공간이 확대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녹지 공간은 기온과 탄소 흡수를 고려한 것이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미래에 야외 활동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란 해석도 포함되어 있다. 영국의 모습이므로 우리나라와는 다를 수 있다. 건물은 제로 에너지 빌딩으로 혁신하고 그린 루프, 화이트 루프 등 열섬저감 기술이 눈에 띈다. 기후변화로 인해 집중 호우의 빈도와 강도가 높아질 수 있음에 대비하여 투수형 포장재로 도로를 깔고 도시 내 배수 시스템의 개선도 이루어져 있다. 홍수 시 긴급대응을 위해 응급 서비스 건물도 꽤 큼직하게 지어져 있다. 이 정도의 적응도시는 2030년에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 한편, 아래의 그림은 미래 주택에 관한 그림이다.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핵심적 적응 포인트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림2> 미래 기후변화 적응 주택의 모습 (<Future World Images>, DEFRA, 2012) ⓒ필자제공

 기후적응 주택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기회를 확대하는 설계를 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는데, 우선 침수에 대비하여 1층 높이를 지표면보다 살짝 높였다. 빗물을 회수하여 중수로 재사용하고 역시 투수형 블록을 이용하여 집 앞 배수를 돕는다. 창문에는 자연적 환기를 돕는 설비를 하고 그늘 제공과 벌레 차단의 창틀을 구비한다. 주택 주변의 온도 조절을 위한 녹지 공간이 확보되어 열섬효과를 완화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는 설계로써 우리나라의 신형 아파트 단지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와 같이 새로울 것 없는 적응 기술은 기술 자체 구현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비용 문제, 시공사의 인식 문제 등이 더 큰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위 두 개의 그림에서 보여준 기후변화 적응 도시와 주택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은 기후변화에 적응도 하지만 동시에 기후변화 완화를 달성할 수 있는 윈-윈(Win-Win) 전략이다. 예를 들어 녹지 공간의 확보는 더운 여름 도시 온도를 낮추고 도시민에게 쾌적함을 제공하고 바람길을 조성하여 대기오염을 저감하는 매우 효과적 적응 수단이지만 동시에 식물의 광합성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원 증대라는 완화수단이기도 하다. 빗물을 재사용하는 중수 탱크의 활용은 기후변화로 인해 증가된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적응수단이지만, 주택에서의 상수도 요구량을 줄여줌으로써 하수처리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도 있다. 이런 윈-윈 전략은 기후변화 대응 효과가 뛰어나므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 볼 때 정책시행에 높은 우선순위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 2100년 2℃ 목표달성을 바라보는 도시의 적응은 위의 그림에 나타나는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기후변화 대응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 세계,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 더해진 총력전이 되어야 한다. 지금부터 이야기할 개인의 노력은 결코 전 세계나 국가주도의 노력에 비하여 적지 않은 큰 힘이다. 개인의 노력이라고 해서 공익광고에 많이 나오는 전기 절약, 대중교통 이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도시 안에서 개인은 소비의 주체로써 기후변화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민의 능동적 대응 필요

 현대 사회에서 도시민은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소비자여야 한다. 즉, 개인의 가치소비가 국가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된다는 것이다. ‘가심비’라는 신조어가 있다. 가격대비 성능 대신, 가격대비 마음이라는 뜻인데 이 단어가 최근 소비 트렌드를 주도했다. 이제는 가격 비교와 함께 환경, 안전, 나눔 등의 확대된 가치를 고려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아이돌 굿즈나 캐릭터 상품 소비에 쓰던 말이지만 이젠 더 넓은 가치소비로 재해석 될 수 있겠다. 만약, 소비자가 같은 가격의 제품이라면 어떤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했는지에 관심을 두고 그 제품을 소비한다면, 아마 기업에게는 이런 소비자의 움직임이 새로운 기술 개발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만약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떤 에너지에서 생산된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면, 그리고 그에 따라 전기료가 차등으로 책정된다면, 비록 조금 더 비싼 전기요금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친환경 에너지원이 확대된다는 믿음으로 소비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마치 파타고니아 의류 브랜드에 대한 인기가 그 기업의 친환경적 철학에 기반한 마케팅이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2050년 탄소중립, 2100년 2℃ 목표 달성 시대의 소비자는 분명 기후변화 적응 사회를 견인하는 묵직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기사에서 기후변화에 대응으로 완화와 적응의 차이점을 살펴보고 특히 적응의 정의와 이해에 집중하여 보았다. 2050년 탄소중립, 2100년 2℃라는 전 인류적 난제에 해당하는 목표를 두고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완화와 적응이 동시에 달성되는 윈-윈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더 나아가 소비의 주체로서 개인의 가치소비가 기후변화 대응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하였다. 인류는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을 겪은 이후 이제 또 다른 문명사적 전환기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현상이 인류 종 진화의 새로운 선택압이 되어 있는 이 시점에 어떤 방향의 진화가 필요할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공존과 협동이 도덕책이 아니라 인류 생존 가이드북의 제 1조 1항이다.

유가영 / 경희대학교 환경학 및 환경공학과 교수

**TIP

􏰁 파리협약: 2015년 12월 12일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2020년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대응 방안을 담은 합의문이다.

􏰁 기후변화 완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거나 흡수를 증대시키는 활동 전반을 일컫는다.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줄이거나 기회를 활용하려는 계획된 행동을 일컫는다.

􏰁 탄소중립: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이 동일하여 순배출량이 0이 되는 상황을 말한다.

􏰁 양빈: 해안이 침식되거나 저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모래를 공급하여 인위적으로 해변을 조성한 것을 말한다.

􏰁 그린 루프: 지붕 위에 흙을 덮어 식물이 자랄 수 있게 설비해놓은 친환경 지붕을 말한다.

􏰁 화이트 루프: 흰색 방수 페인트를 칠한 지붕으로 초록색 페인트보다 열 방사율이 낮아서 온도 절감 효과를 갖는다.

􏰁 열섬효과: 고층 건물이 밀집된 도심의 기온이 주변의 교외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