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호 인터뷰: 강영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보건정책학과 교수] 우울한 청춘, 정신건강의 불평등

 청년 정신건강 문제는 비단 오늘내일의 일만은 아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범사회적 현상이 있었음에도 불구, 이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유독 정 신건강 이슈가 왜‘청년층’에게 문제적으로 나타나는지에 근본적인 물음을 이끌었다. 한편, 최근 영국 피어스 연구팀은 국제 의학학술지 <란셋 정신의학회지 (The Lancet Psychiatry)>를 통해“불평등 구조가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라며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이 사회 취약 집단에게 더욱 치명적으로 작 용, 정신건강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 한국 사회의 청년 정신건강 문제 역시 불평등 문제인 것일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보 건 정책학과 강영호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을 들어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강 이슈

 Q.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이전과 구분한다는 의미에서‘포스트 코로나 시대’라고도 표현하는데요.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의과대학 보건 정책 및 보건 경영학 교수로서 교수님께서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요?
 ’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를 쓰는 의도만큼 그 변화가 크진 않다고 봅니다. 변이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기존 백신이 일정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고, 지금까지는 노년층을 중심으로 예방접종이 잘 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치명률 자체도 곧 낮아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현재 방역을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노년층의 치명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결국 완전한 집단면역에 도달하지 않을지라도 치명률만 일정하게 통제된다면 국민들은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고, 빠른 시일 내에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것입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 화두로 현재 시점에서는 백신 문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 백신 관련 발표 및 백신 접종 이상 사례들은 국민의 불안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코로나 백신은 임상 3상이라는 연구를 통해 그 효과성을 검증합니다. 임상 3상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이고, 인과성을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연구 방법입니다. 저는 이런 실험을 통해 나온 백신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일부 이상증세나 부작용이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전체 인구 집단 수준에선 백신 접종의 장점이 훨씬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백신은 경증 부작용(피로감, 발열, 근육통 등)이 일반적인 반응보다는 조금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전국민 백신 접종을 위해선 방역 휴가 같은 백신 정책 등을 마련하는 것도 국민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Q.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또 다른 화두는 아무래도‘코로나 블루’와‘정신건강이슈’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코로나 블루는 다수에게 우울과 무력감을 안겨주며, 사회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요. 이처럼 최근 정신건강 이슈가 주목을 받은 것에 대해 정신건강 · 질환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달라졌다고 이해해도 괜찮을까요?
 정서적 문제에 사회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정신건강 이슈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외국처럼 전면 봉쇄와 사회적 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경험한 것은 아니기에 아직까진 “참을만하다”는 식의 이데올로기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청년 정신건강 문제

 Q. 재난 시대 속‘코로나 블루’현상은 정신질환도 범사회적 현상이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20대 우울증 환자는 4년 새 두 배로 증가”했고, “지난 5년간 우울증과 자살률은 20대 여성에게서 가장 높은 기록을 보였다”라고 합니다.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가 청년과 젊은 여성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우울증과 자살 사망률은 노년층, 특히 남성 노인의 자살 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청년 정신건강이 문제적인 것은 청년층의 건강 이슈 중 정신건강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노년층에서는 자살 사망자도 많지만 다른 질병 사망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청년층에선 다른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는 적은 한편, 자살 사망자는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이에 노년층의 자살 사망자의 절대 숫자가 훨씬 많지만, 연령층 내의 상대적 수치가 높은 청년층이 더 시선을 끌게 됩니다. 청년 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한국 내 청년 여성이 갖는 이중 차별적인 구조(여성 차별과 청년의 사회 · 경제적 어려움)로 인해 주목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의 주인공처럼 정서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Q. 현재 한국 사회 내 청년들은 재난 상황 속 어려운 상황(취업난, 주택난 등)에 놓여있고, 이에 정부는 청년세대를 사회 ·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황도 청년세대 정신건강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요?
 단순히 현재의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재난 상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고, 우리 사회가 지난 20~30년간 이들을 어떻게 키워냈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우리 사회가 이들을 정상적으로 잘 발달하게 키웠는지 아니면 가정 폭력, 학업 스트레스,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들을 소외되도록 하진 않았는지 그로 인해 현재의 정서적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는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사실상 현재의 것이 아니라 조금 이전의 문제를 지금의 우리가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Q. 한편, 일각에선 청년 정신건강 문제에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들은“20~30대는 학창시절 위 클래스(교내 전문 상담 시설)를 경험했기에 정신건강 문제를 정신장애로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이 시각은 청년세대는 다른 세대와 다르게 정신건강을 건강관리의 일부로 인식하고, 상담센터를 방문하는데 주저함이 없기에 그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설명하는데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우울 질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의료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혹 이용하더라도 정신과의 약물, 치료기록을 기피합니다. 전체 인구 집단에서 지역사회 조사를 했을때 우울 질환자에 비해 실제 의료이용을 하는 질환자의 규모는 아주 작습니다.
 하지만 최근 의료이용 비율이 커지고 있는데, 그 현상이 20대에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와 비교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우울증 환자의 규모가 증가함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우울증 환자가 증가했는지는 명료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젊은 층에서 정신질환 의료이용의 반감이 훨씬 덜해지고 있고, 실제 질환자의 증감과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건강보험상의 정신질환자 기록은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저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결과적으론 이것이 사회적 압력이 되고, 우리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보다 높은 수용성으로 귀결되리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한국 사회의 정신건강 불평등 연구

 Q. 코로나 시대의 청년 정신건강 문제에서 정신건강 불평등 일반의 문제로 나아가 보겠습니다. 지난 2019년 「정신건강에서의 사회경제적 불평등」발표에서 교수님은 건강 불평등과 정신건강 불평등을 언급하셨습니다. 이 관점에서 청년 정신건강을 바라본다면‘청년’과‘불평등’그리고‘정신건강’은 어떻게 이해될 수 있을까요?
 문제를 생애적 관점을 통해 바라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청년 정신건강은 현재의 문제일 수 있지만, 결국은 여러 세대를 걸쳐 세습된 불평등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정신건강지표에 있어서 우울 유병률의 소득계층이나 지역 간의 차이를 조사해보면, 비 강남지역 혹은 지방지역, 저소득층에서 유병률이 높습니다.
 명백한 불평등입니다. 그렇지만 이 불평등, 현재 소득이 낮은 청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상에 따라 세습된 결과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청년 정신건강 불평등은 세대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나타내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최근 교수님의 연구를 비롯하여 다른 여러 선생님도 건강 및 정신건강의 불평등을 연구하고 계시는 듯합니다. 이처럼 해당 주제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연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단 우리 사회 내 청년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청년층에서의 사회·경제적 불안정성이 증가했고, 그로 인해 청년이 사회에 관심을 보이게 된 것입니다. 특히 청년의 경우, 투표권을 갖고 있고 이 점 역시 정치 · 정책적으로 해당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앞서 언급했듯 암, 고혈압, 운동부족, 비만 등과 같은 건강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청년층의 가장 큰 문제는 정신건강이라는 것입니다.

더 나은 정신건강을 위하여

 Q. 말씀하신대로 청년 정신건강의 문제는 오랜 기간 지속된 건강 불평등이고, 국가적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현 한국 사회에서 ‘청년세대의 정신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일까요?
 문제의 근본 해결을 이끄는 정책과 해당 문제에 집중한 정책이 동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불평등 사회 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청년층에서의 정신건강 불평등의 기본 크기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소득 불평등 완화, 교육과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개선하는 등의 정책이 있습니다. 동시에 이미 발생한 청년세대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정책도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저소득층 대학생을 위한 학자금 지원 정책, 사회·경제적 취약 청년들을 위한 심리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습니다.

 Q. 청년 정신건강 및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스스로 실천할만한 방법도 있을까요?
 스스로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 방식들을 유지해야 합니다. 밤에 걷고 운동하는 것은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니 낮에 운동하고, 이때 햇볕을 많이 받아 수면과 관련된 비타민 D를 합성해야 합니다. 수면은 정신건강에 있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으론 담배, 술, 카페인 등의 남용을 주의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것도 좋습니다. TV 시청도 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본교 대학원에도 20~30대 청년 원생들이 많습니다. 이들 중엔 바쁜 연구 활동으로 정신건강을 돌보지 못하는 원생도 많을 것 같은데요. 이런 어려운 시기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를 원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을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특히 ‘Open Mind and Not Judgement’가 필요하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사람을 대할 때 마음은 열되, 가치 판단은 하지 않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교정 내에서는 많은 원생들이 먼저 실천해봄으로써 캠퍼스 내 원우를 지지하는 문화를 확립해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리라 생각됩니다.

대담·정리: 김지선 기자 | Jiseonkim@khu.ac.kr
사   진: 김기태 기자 | kgt6889@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