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호 기자칼럼]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본질

 지난 3월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21살 백인 남성이 쏜 총에 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중 4명은 한국계 여성이었다. 미국 내 한인회 뿐 아니라, 한국 사회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여러 SNS에서“Stop Asian Crimes”라는 밈이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원인을 “인종적 동기로 인한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 성 중독 때문일 수 있다”고 말했고, 해당 발표는 논란을 야기했다.
 일각에선 이 사건이 인종적 사회 약자에 대한 테러사건, 즉 아시아인 증오범죄라며 경찰의 발표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 지적한다. 대표적으로 애틀랜타 한인회가 이 의견을 대변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피의자가 과거 재활원에서 성 중독(Sexual addiction,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성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느끼는 정신 질환)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는 것에서‘성 중독에 의한 범죄’가 그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피의자 스스로도“마사지숍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성적 유혹을 느꼈다”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사회 내에서 사건의 해석은 이처럼 둘로 나뉘게 됐다. 핵심은 인종에 기반한‘혐오 범죄’인지, ‘성 중독증’에 의한 개인의 충동적 살해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의 시선에선 두 의견 모두 충분하지 못하다. 먼저 전자는 사건을 두고‘인종적 증오범죄’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아시아계 여성’이 살해당한 것이지 ‘아시아인’만의 사건은 아니다. 피해자의 이중구속 상태(Double-binding)로부터 인종과 젠더 문제, 둘 중 어느 것도 다른 요인 앞에 우선시 될 수 없으며, 반드시 두 요인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한편, 후자의 의견(개인의 충동적 살해) 역시 두 요인을 고려한 사회적 맥락이 부족하다. 후자는 ‘성 중독’이라는 개인의 독특한 질병 기록으로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인종과 젠더 문제에 의한 사회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넘기는 행위일 수 있다. 미국 내 인종 및 젠더 차별은 오랫동안 있었던 사회문제이며, 미국 미디어가 한동안 아시아계 여성을 이국적 성적대상으로 그려냈다는 사실은 사건의 배후에 너무도 뚜렷하게 사회적 차별이 있었음을 읽어낼 수 있다.
 사실상 사건의 요인을 두 가지로 분리하여 바라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해당 총기 살해는 개인 질환이나 인종적 문제라는 하나의 요인만으론 해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사건은 사회적 차별이 폭력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난 사회문제이며, “사회 계층적으로 높은 지위를 점유한 피의자(백인, 남성, 이성애자, 20대)가 성 충동을 통제하지 못한 채 이중 구속상태(아시아, 여성)의 사회적 약자를 살해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김지선 기자|Jiseon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