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9호 학술대회취재: 2021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춘계학술대회 ]

위기의 현재와 스트레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작년과 올해 우리 사회 큰 충격과 변화를 일으켰다.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제한시킬 수 있는지 직접 체험했고, 한편으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배운 한해였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2021년 트라우마 치료주간을 선포하고 지난 4월 20일(화)부터 24일(토)까지 심포지엄을 비롯한 다양한 학술행사를 개최했다. 20일에는 트라우마 치유주간-국가 트라우마 센터 심포지엄, 21일에는 트라우마 치유주간-트라우마 프로그램을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춘계학술대회를 진행했다.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민관 19명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COVID-19 감염재난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전문가의 재난 정신건강 활동, 대상자 특성별 정신건강 이슈, 감염병 트라우마의 회복으로 총 3부로 나눠져 각각 전문가, 대상자, 방안 3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본 지면에서는‘코로나와 정신건강문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극복 방안’과 관련된 주제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위기는 현재의 자원과 대처 기제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상황을 직면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응급의 경우는 절박한 상황을 뜻한다. 갑작스럽고 절박한 상황으로 인해 해당 도움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응급 시에는 위급한 상황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원과 즉각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정신건강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재난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는 재난에 취약했고, 이를 다룰 수 있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사회적인 재난 즉, 긴급 상황 속에서 개인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하고 대처할지를 학문적인 영역에서 연대하고 성과를 공유하고자 설립된 학회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사, 심리학자, 간호사, 상담가, 응급의학과 의사, 연구자, 행정가 등 전문성을 가진 민관 전문가들이 학제 간의 벽을 넘어 힘을 합쳐 이를 연구하고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을 돕고 있다.

코로나와 정신건강 문제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외로움과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병리학적 증세로 끝나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자살률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지만 반면에 20대, 여성, 청소년 자살률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자살률의 원인으로는 여성의 경우 양육 부담의 증가, 높은 비정규직 비율과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 가중을 꼽을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자살 시도 이후 이에 대한 발견이나 조치가 늦어지는 것을 청소년 자살률 증가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초기에 자살률은 줄어들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축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자살률이 감소하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줄었지만, 반면에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유엔 정책 연구소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정신건강 및 서비스에 영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우울·불안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이전보다 3배 정도 증가했고, 알코올 섭취량 또한 작년과 비교하여 20% 이상 상승했다. 걱정스러운 부분은 일선 의료 종사자들이 우울·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났고, 상대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한 아동, 청소년 그리고 노인의 경우에는 가정폭력위험과 고립 및 소외에 노출되는 빈도가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감염재난 상황에서의 지원인력의 정신건강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재난 상황 현장의 경우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업무량의 불균형이 생기고 혼란스러운 상황이 일어난다. 또한, 일선 의료 종사자의 경우 타인을 직·간접적으로 도우며 외상사건에 노출된다. 일례로 코로나19로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력들의 경우 도덕 손상(Moral Injury)을 경험하게 된다. 도덕 손상은 원치 않는 행위를 합법적 권리에 의해 수행함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손상 받은 경험으로, 이로 인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코로나 관련 인력들이 도덕적인 손상을 경험하는 경우는 사망자가 많은 미국이나 영국에비해 적지만, 반대로 업무강도나 스트레스의 경우에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일선 의료 종사자가 경험하는 또 다른 예는 흔히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말하는 직업적 현상(Occupational Phenomenon)이다. 지원인력과 일선 의료 종사자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현상인 번아웃 증후군은 만성적인 업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할 수 없게 되면서 생기는 병리학적 용어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탈진, 좌절감과 냉소감 등 부정적인 감정을 동반한다.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술과 담배 등 중독성 물질에 빠지기 쉬워진다. 따라서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서 취약계층과 함께 일선 의료 종사자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극복 방안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극복 방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개인의 문제로 한정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대한 김주환 교수의 발표는 주목할 만한 주제였다. <트라우마 스트레스에 대한 움직임 기반 접근법>이란 주제는 원생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생활과 밀접한 방안을 제시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감정(Emotions)을 뇌의 직접적인 활동으로 흔히들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감정을 유발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 감정은 우리 뇌가 직접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편도체가 활성화되면서 몸이 변화하는 것을 내부 감각 신호가 대뇌에 이를 전달하여 우리가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루돌프 지나스(Rodolfo R. Linas)는 더 나아가 감정을 몸과 행위의 문제로 연결한다. 다시 말해 감정에는 부정적 감정인 두려움만 존재하는데, 그 두려움은 고정행위유형(Fixed Action Pattern)이라는 몸의 행위를 통해 표현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고정행위유형의 일종인 도망가거나 움추려드는 모습으로 몸이 반응하고, 부정적인 반응으로 표현하지 못할 경우 분노의 행위로 표출한다.
 뇌 신경계 관련된 주요 신체부위(안구 근육, 교근, 얼굴 근육, 미주신경, 목, 어깨, 혀 근육)는 편도체와 연결되어 있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유발되는 상황이 닥쳐오면 제일 먼저 몸이 변화하고 다음에 대뇌가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며 마지막으로 우리가 두렵다는 감정을 인지하게 된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의 일부가 외부의 자극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며 이를 갈거나 어깨가 긴장하고 이를 통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감정이 생각의 문제가 아닌 몸의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몸이 긴장할 때 하는 행동들을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하거나 혹은 핸드폰을 할 때 머리가 앞으로 쏠리며 경추와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근육의 긴장은 곧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척추와 근육 및 신경계의 긴장을 이완시켜야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자극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올바르게 앉고, 서는 법이다. 머리에서부터 허리까지 상체를 곧게 세워 항상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만 한다. 이 자세는 뇌 신경과 관련된 근육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기에 부정적인 자극(스트레스)에서 신체가 벗어날 수 있게 해준다. 다른 방법은 명상 훈련법이다. 명상 훈련법은 몸의 수용 감각(Propriception)과 몸의 내부감각(Interoception)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한다. 앞서 방법이 부정적 요소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라면 명상 훈련법은 생성된 스트레스와 자극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호흡과 고유감각을 훈련하여 마음 근력을 향상시키고, 자기 긍정과 타인을 긍정하는 마음 등을 배양할 수 있다.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함께 나누어야 한다.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는 이제 개인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 국가, 세계 속에서 범지구적 재난이라는 인식 안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개인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모색을 넘어 사회적이며 실천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사회적인 성숙으로 더 나아가 성숙한 사회 공동체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엄경용 기자|gyung23@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