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호 사설: 외면할 수 없는 저 너머의 비극]

 지난 8월 15일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장악한 후 수도 카불까지 진입했다.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1조원이 넘는 현금을 가득 싣고 국외로 도피했고, 압둘 사타르 미르자크왈 내무부 장관은 과도 정부에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있을 것이라 밝히며 사실상 항복을 인정했다. 2001년 미군의 침공 이후 20년 만에 탈레반 집권 2기에 들어선 것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점령 후 국민과 소통하며 안정을 보장하는 정부를 만들겠다 발표했다.
 탈레반은 1994년 남부 칸다하르 지역을 중심으로 결성돼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목표로 급진적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전쟁과 테러를 서슴지 않았고, 가혹한 이슬람 형법을 적용해 수많은 시민을 억압하며 고난의 역사를 새겼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을 받고 탈레반 정권은 후퇴했지만, 소탕되진 않았다. 이후 정부군과 전쟁을 이어가며 기회를 엿보며 세력을 회복했고 지난 5월 미군 철수가 본격화되자 전국적으로 총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정부군은 이미 20년 전쟁으로 지칠대로 지쳤으며, 내부 문제로 부패해 장난감 병정처럼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끝내 대통령궁에 다시 탈레반 깃발이 걸리고 만 것이다.
 탈레반은 앞선 1996년부터 2001년까지의 아프간 통치 시절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적용해 사회를 통제했다. 집권 초기에는 온건주의의 탈을 썼으나, 점차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우며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 단독 외출은 모두 금지했고, 간통에 대해 돌로 쳐 죽이는 이른바 ‘명예 살인’을 당연시했다. 탈레반 집권 2기가 시작되며 대변인은 여성은 히잡을 쓴다면 홀로 외출을 할 수 있고, 학업과 일자리 또한 얻을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아프간 여성들은 인권암흑사태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며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수 천 명의 시민이 몰려 활주로를 장악하고 비행기를 태워 달라 외치고, 아이라도 살리려는 부모는 철조망 위로 포대기를 던지기도 한다. 마치 1975년 ‘사이공 탈출’과 같은 모습이다.
 미얀마 민주화 사태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집권도 어디선가 일어났던 일이 데자뷰처럼 다시 반복해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이의 째어지는 울음도 국제 사회의 공허한 시선도 여전하다. 아프니스탄을 거점으로 삼은 탈레반의 영향력은 중동에서 더욱 빠르게 커질 것이다. 폭압적 신정 국가로 테러의 요람이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들의 과거 행적을 통해 미래를 비추어 보기에 충분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