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0호 기획: 청년 젠더 이슈] 90년대생 여자와 남자는 왜 불공정을 이야기하나?

 지난해 5월 경기연구원와 한국사회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고운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정성이라는 가치로부터 청년 남녀는 젠더 이슈에 상이한 의견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본보에서는 정고운 교수의 글을 통해 청년 젠더 갈등을 살펴보고, 이를 공정성과 관련지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 젠더 갈등 이미지 ⓒGoogle

 2015년 온라인 공간에서 청년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부상한 이후, 2016년 강남역 사건 그리고 2018년 미투 운동을 필두로 청년들 사이에서 페미니즘은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및 플랫폼이 분화되면서 논쟁적인 사안들이 대두됐다. 남성중심커뮤니티에서 담론화되는 젠더이슈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남성 고충’, ‘여성위주성평등정책 고발’, ‘국가위기를 초래하는 좌파와 페미니즘 비판’으로 요약돼, 남성 약자 내러티브가 특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수아・이예슬, 2017; 마경희 외, 2020). 한편 여성중심커뮤니티에서 등장하는 젠더이슈는 ‘여성혐오 비판과 기존 젠더규범의 탈실천(탈코르셋)’, ‘연애 및 친밀성의 재구성’, ‘성차별·성폭력 범죄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나타나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로부터의 탈피를 보여준다(마경희 외 2020).
 온라인 공간에서의 담론과 더불어 미디어 및 대중담론은 20대 여성과 남성의 젠더정책 및 의제에 관한 의견을 “젠더불공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조명했다. 한국사회의 젠더의제에 대한 90년대생 남성과 여성의 진단은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 여성 90%가 한국 사회는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논의한 반면, 남성은 40% 가량이 ‘남성에게 불평등하다’, 20%는 ‘이미 양성평등하다’고 답했다(김경희·마경희, 2019).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20대 남성 다수에게 한국은 양성평등하거나 오히려 남성이 더 차별받는 사회로 여겨진다.
 한편, 연구자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형성된 여혐·남혐 담론이나 서로 다른 젠더의식이 단지 남녀 간의 극단적 대립이라는 미시적인 진단으로 환원할 수 없는 한국사회의 거시적 사회변동을 징후적으로 보여준다고 이야기한다(마경희 외, 2020). 일례로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여성적·남성적 역할 규범의 실천에 있어 더욱 부정적인 동시에 역할 규범의 혼란을 경험한다. 여성적 역할 규범으로서 화장 등 외모 관리에 대해 청년세대의 52.4%가 규범적 압력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는 기성세대(39.7%)보다 더 높은 비율이다. 동일하게 남성적 역할 규범으로서의 강한 남성성 요구에서도 청년세대(62.6%)는 기성세대(49.8%)보다 더 높은 반감을 보인다. 이렇듯 가부장질서에 대한 반감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나타나는데, 모두 전통적 규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마경희 외, 2020). 다시 말해, 이러한 지표는 성별을 축으로 권력이 분배되었던 가부장적 질서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쟁사회 속 생존주의적 감각을 공유하는 청년들

 그렇다면 20대 청년들, 특히 90년대생들의 젠더의제에 대한 온도차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먼저는 저성장시대에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가운데 능력주의적 가치관이 초월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론화된 ‘젠더갈등 또는 불공정’논의는 현재의 ‘세대 간 경제기회 불공정 담론’과 연동하며, 능력주의(Meritocracy)라는 상위의 개념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능력주의라는 신화는 대중들에게 폭넓은 정당성을 부여해줄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은 90년대생들이 생존주의 세대의 연장 선상에 서 있다는 것과 관련돼 있다. 각자도생의 경쟁 속에서 서바이벌을 향한 생존주의적 감정을 가진 90년대생 남성과 여성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배틀로열을 정의하고 생존의 절박함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남성들은 자신들의 지위 하락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을 가지는데, 이는 노동을 통해 시민권을 인정받고 존재감을 주장했던 과거 남성세대의 종말과 더불어 노동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남성 지위의 하락은 모든 여성의 지위 상승을 의미한다고 환원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분화 속에서 여성들이 여전히 가중된 부담을 지니고, 페미니즘과 평등주의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남성중심적 조직문화 속에서 배제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성 인식과 준거집단의 작동

 90년대생 남성과 여성들이 가지는 공정성 인식을 이해하는 데에는 준거집단(Reference group)의 작동과 이에 따른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 개념이 중요하다. 2019년 공정성 연구회와 문화일보가 실시한 “한국사회공정성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20~30대 청년 남성들은 40~50대 장년 남성들에 비해 ‘여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낮았다. 반면, 20~30대 청년 여성들은 40~50대 장년 여성들에 비해 ‘여성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높았다. 청년 남성들이 여성에 대한 차별이 다소 완화되었다고 느끼는 것은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 여성들을 그 준거집단으로 삼기 때문이며, 청년 여성들이 가족·직장·사회 내 젠더차별을 인식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여성이 차별받아온 현실을 바탕으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남성을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이다(정고운·정우연, 2020).
 대중적 담론은 대다수의 20대 남성들이 구조적 차별을 받은 것은 자신의 어머니 세대와 같은 ‘과거의 여성’이지 또래인 젊은 여성이 아니며, 과거의 차별 때문에 아무런 차별을 당하지 않는 젊은 여성이 혜택을 보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함을 보여준다(조혜정, 2019). 현시대를 살아가는 남성으로서 차별에 직접적 책임이 없고 자신들 스스로가 노동시장 진입에 있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남성들을 동질적 집단으로 상정해 ‘가해자’로 지목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견해다. 하지만 이처럼 젠더차별과 불공정 문제를 과거의 문제, 양적 균형의 문제로 진단하는 것은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경험해왔던 초역사적·구조적·문화적 차별 기제를 비가시화거나 젠더이슈가 쟁점화되는 것을 무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준거집단의 작동은 남성과 여성의 인식차뿐만 아니라 여성 내 인식의 분화를 이해하는데에도 중요하다. 젠더규범에 대한 인식은 같은 여성 집단 내에서도 세대에 따라 다르고 이는 동일한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준거점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90년대생 취업자 여성은 ‘전보다 일하기 좋아진 환경’을 이야기하는 여성 임원의 말과 달리, 학내에서 배운 페미니즘 지식과 일치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문제점을 감지한다. 90년대생 여성들은 여성들의 성과가 평가절하되거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문제시하고 이를 변화시킬 필요를 느끼는데, 이러한 90년대생의 인식과 60~70년대생 여성 임원들의 인식은 서로 다른 시대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준거점이 다른 상황에서 인식의 분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역사를 경험한 세대가 한 공간에 공존하며 동일한 상황을 다르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공정성 인식의 주관적 측면이 드러나는 것이다.

청년 남녀 젠더공정 영역의 차이

 이외에 남성과 여성이 인식하는 젠더공정의 영역 또한 다르다는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남성들은 젠더공정의 영역을 주로 공적 영역(Public sphere)에서의 제도로 보아 여성할당제, 남성군복무제 등에 무게를 두고 공정함을 판단하는 반면, 청년 여성들은 공정성의 영역을 공적 영역(Public sphere)과 사적 영역(Private sphere) 모두로 간주하고 노동과 가정의 일을 제 일로 여기거나 이를 조화시키는 것의 고단함을 인식하며 불공정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사실은 여전히 남성에게 생계부양자, 여성에게 돌봄노동자라는 근대적 성 역할 구조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족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전통적 성 역할 관념이나 가족개념이 큰 지속성을 가지며 쉽게 소멸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개인들은 전통적 가부장제 관념에 대해 어느 정도 저항감(Resistance)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 구속력(Maintenance)을 인지하는 가운데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전통적 성 역할 규범이 쉽게 변화하지 않음에도 최근 청년들의 선택은 이러한 젠더규범이 균열하고 있음을 예비적으로 보여준다. 청년 여성들은 노동시장 진입과 가족 내 아내이자 어머니라는 근대적 젠더체계에 소속되려는 열망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양립하기 어려운 상황을 인지하며 딩크족, 1인 가구라는 대안적 삶에 대한 열망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남성들도 결혼을 당연시하던 문화에서 벗어나고 있다. 여성학, 그리고 젠더사회학이 여성과 남성 모두의 변화를 이루어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출발했다는 것을 상기할 때 현재의 젠더공정담론은 보다 성 평등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전환기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신경아, 2014; 마경희 외, 2020). 현재까지 이루어져 온 변화가 주로 제도적 공정영역에서 일어났다면 문화적 차원에서의 젠더관계 개선은 더욱 더디지만 중요한 변화의 열쇠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고운 |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