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3호 인터뷰: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 밖에서 안으로 포용하는 사회를 꿈꾸다

 우리가 내뱉는 말은 힘을 갖는다. 그리고 말할 수 있는 ‘위치’ 를 갖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 ‘힘’ 은 더 강력해진다. 그렇다면 그 위치를 차지하지 못한 발화자는 어떻게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는 ‘존중’ 과 ‘연대’를 통해 주변부에 위치한 이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단체이다. 사회적 제도 밖에 있는 성 소수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코로나19 사태가 지속하는 가운데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의 소통 방법과 활동에 변화는 없었을까? 이번 인터뷰 지면에서는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 상임활동가 지오님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 봤다.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

Q.‘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이하 행성인)’가 출범하게 된 계기와 역사가 궁금합니다. 당시 대학가에 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행성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에는 성 정체성을 중심으로 ‘친구 사이’와 ‘끼리끼리’가 있었으나 점차 대학가 중심으로 성 소수자 모임이 확대되기 시작했습니다. ‘없는 존재’로 취급되던 성 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96년 ‘대 학동성애자 인권운동협의회’가 발족했습니다. 97년에는 노동법, 안기부법 개악 반대를 위한 노동자 투쟁 때 무지개 깃발을 펼치고 세상 밖으로 나가며 ‘대학 동성애자 인권 연합’이 출범하게 됩니다.
 이후 청소년, 트랜스젠더,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를 목적으로 단체를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노동 운동으로 한정된 활동 영역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인권’ 과‘ 연대’를 핵심 가치로 삼는 ‘동성애자 인권 연합회’로 단체명을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여러 구성원을 포용하고자 현재의 ‘행동하는 성 소수자 인권 연대’가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행성인’의 명칭은 꼭 지키고자 하는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면서 변화하는 상황을 수용했던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Q.‘행성인’은 성 소수자 노동권팀, HIV/AIDS 인권팀,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행성인’이 3개의 팀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과, 각 팀이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행성인의 자취는 한국 사회의 운동과 시대 흐름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각 팀은 당시 주요한 이슈나 필요한 활동으로부터 시작해 변화해왔습니다.
 노동권팀은 성 소수자 노동자가 일터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지며 차별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성 소수자 뿐만 아니라 이주 노동자 및 장애인 노동자와의 연대를 하며, 노동자 모임 지원, 조사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IV/AIDS 인권팀은 2010년 발족 이전에도 계속 활동해왔기 때문에 팀으로 발족하는데 있어 큰 무게감을 두지는 않았습니다. 시작은 성 소수자 운동 안에서 다른 담론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지요. HIV/AIDS 인권팀은 한국 사회와 성 소수자 커뮤니티 안에 있는 HIV/AIDS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사회적 낙인에 대응하며, 감염인의 인권 증 진과 HIV 예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퀴어 인권팀은 트랜스젠더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단체 내 필요성이 계속 논의되었습니다. TF 체제로 있다가 올해 정식 팀으로 인준 받았습니다. 주로 성별 이분법과 시스젠더 중심주의로 점철된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퀴어들의 정치적 의제들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팀은 행성인을 움직이는 중추이지만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또한, 팀이 해산했다고 해서 그 활동이 멈추는 것이 아니며, 다른 형태나 방향으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 소수자 운동은 계속 넓어지고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활동의 필요나 욕구들이 만나게 되면 새로운 팀이 발족할 수 도 있고 팀 체제가 아닌 다른 방향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성인 활동에 대해 역동적으로 생각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도 바깥의 존재

Q. 최근‘66번째 확진자’의 동선이 언론에 공개된 후 커뮤니티내 많은분이 걱정과 불안을 느끼고 계시리라 짐작됩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원치 않는 ‘아웃팅’으로 많은 분이 검사에 대해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행성인’은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시는지, 제도와 인권 사이에서 어떠한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얼마 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성 소수자 권리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성 소수자는 정체성을 말할 수 없는 상태, 사회에서 숨은 존재로 살 수밖에 없는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서도 성 소수자가 제도 바깥의 존재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정부는 숨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지지만 정작 이 사회는 어떤 준비가 되어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다만, ‘익명 검사’ 실시는 아웃팅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해 주는 역할을 해, 강제 조치라는 아쉬움만 제외하면 적절한 방법의 하나라고 봅니다.
 현재 긴급대책본부가 세워지고 밀도 있게 대응을 하면서 정부의 지침도 조금씩 보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기관들과 소통하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 성 소수자 당사자들의 곁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코로나19 이후인데, 코로나19는 사라져도 성 소수자들이 경험한 차별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방역을 어렵게 만든 것은 성 소수자가 아니라 성 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차별입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여러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하는 과제인 것 같습니다.

Q. 지난 12일 ‘행성인’을 포함한 7개의 단체는 “몇몇 지자체와 언론이 확진자 정보를 과도 노출해 공중 보건과 무관한 여론을 확산시켰다”며 , ‘코로나19 성 소수자 긴급대책본부’를 출범했습니다. 성 소수자 인식 문제에 있어 언론의 책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언론사들이 경쟁하듯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기사 제목에 ‘게이클럽 ’, ‘찜방’ 같은 용어들을 사용하며 마치 코로나 확산이 성 소수자들과 직접적인 개연성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언론의 타겟팅으로 인해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만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언론의 보도는 시민들이 사건을 보는 관점이나 인식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지요. 그렇다면 이 또한 권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들은 권력을 어떻게 쓸 것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가령, 언론사들은 퀴어문화축제 등을 취재할 때 늘 공평하게 보도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는 찬성 측과 반대 측 의견을 반씩 보도하는데, 과연 그런 균형이 언론이 중요하다고 하는 공평성인지 의문이 듭니다.

Q.전 세계적으로 성적 지향 관련 차별 금지법과 성 정체성 관련 차별 금지법이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성 소수자 인식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보인 국내 사례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도적으로는 트랜스젠더 성별 정정을 들 수 있겠습니다. 2006년에 처음 성별 정정 판단이 나왔는데, 2013년도에 외부 성기 수술 없이 성별 정정이 허가되었습니다. 또한, 19년도에는 예규가 개정되어 성별 정정 신청시 ‘부모동의서’가 필수 서류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부모동의서의 요구는 세계적으로 한국에만 존재하는 요건으로 트랜스젠더들에게 많은 부담이 되어 왔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사례로는 작년 문화재청이 마련한 「궁·능 한 복 착용자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에 남성은 남성 한복, 여성은 여성 한복 착용자만 무료관람이 가능하도록 명시한 것을 두고 국가 인권 위원회가 시정 권고를 내렸으며, 문화재청이 이를 수용하여 성별 한복 착용 규정을 삭제하였습니다. 이처럼 성별에 따르지 않고 남녀 한복 교차 착용 무료입장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대부분의 직장에서는 이성 간의 혼인 관계에 한해서 가족 수당 및 경조사 특별 휴가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의 성 정체성을 드러낼 경우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으리라 짐작됩니다. 성 소수자들의 노동권 및 노동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노동 문제는 여러 조건과 많이 얽혀있습니다. 먼저 직장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일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스트레스입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만 봐도 알 수 있으실 텐데요. 성 소수자임이 밝혀지면 해고나 폭력을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내재해 있다는 것. 자체가 현재 성 소수자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입니다. 성별 이분법적 공간, 언어, 사고 등 은 성 소수자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더. 취약하게 만들게 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며 차별 금지법과 같은 제도부터 교육, 캠페인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한국사회의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권리가 너의 권리라는것, 모두의 권리로 함께 맞설 때 어느 한 기업의 문화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변화를 이뤄낼 수 있지요. 성 소수자에게 평등한 일터는 모두에게 평등한 일터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 가장자리에서 함께 중심으로

Q. 2000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퀴어문화축제’를 포함해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축제와 시위 등의 활동이 성 소수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합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자긍심’입니다. 최근에는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퀴어 퍼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참여자들에게서 “내가 사는 지역에서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다니!”라는 말들을 듣고 있는데요.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은 성 소수자들이 축제를 통해 자신을 긍정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열린 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에서의 고립을 벗어나 소속감과 자긍심을 갖게 합니다.
 행성인은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체이고 그런 만큼 집회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일이 많습니다. ‘광장에서 만났다’는 말은 빈말이 아닙니다. 집회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가는 것은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도 함께 마음을 낸다는 연대의 의미가 있지만, 그곳에 무지개 깃발을 꽂음으로써 성 소 수자가 여기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표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Q. 1년에 한 번 성 소수자들을 위한 가장 큰 행사이자,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낼 수 있는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아쉽습니다. 혹시 이를 대체하기 위해 계획된 다른 활동들이 있을까요?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소통방식의 변화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서울 퀴어문화축제’는 올해 하반기로 연기할 계획을 하고 있었으나 가을쯤 다시 코로나19가 재확산될 수 있다고 하여 현재로서는 다른 대책을 찾고자 논의 중입니다. 이외 다른 모임 이나 행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추이를 계속해서 지켜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부터 오프라인 모임은 거의 진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는 것에 대한 욕구가 커서 이전에는 온라인 교육이나 모임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지금은 온라인 모임을 활성화할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캠페인도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로 대체했고, 얼마 전에는‘ZOOM’으로 온라인 모임을 진행했으며 각 팀에서도 온라인으로 회의를 주재하고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온라인 회원 모임도 열고 있습니다. 온라인 만남이 낯설었는데 화면상으로 얼굴을 마주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좋았습니다.

Q. 앞으로‘행성인’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계획하신 활동들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유동적인 상황이 됐습니다. 코로나19로 특히 차별 금지법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된 시점에 21대 국회를 맞이했습니다. 관련 법안이 꼭 제정될 수 있도록 단체에서 회원들과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고, 감염인 인권, 노동권 문제 등도 코로나 이후로 더욱더 날카롭게 투쟁해야 할 것입니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축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광장에서 같이 모일 기회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밖에 행성인은 성적으로 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도 지속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대학원생들을 포함해 대학 구성원들에게 ‘행성인’이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대학, 대학원이라는 곳이 단순히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고민하고 사회문제, 사회적 소수자의 문제에 관심을 두며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식인으로서 의견을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 정리 : 김유진 기자 | beapolar0819@khu.ac.kr
사진 : 김웅기 기자 | dndrl0314@khu.ac.kr